대대로 선인의 반려가 탄생하는 땅 자하. 그러나 이번 대(代) 선인 영왕 선휘의 반려로 정해졌던 세유는 다른 사람의 아이를 뱄다. 선계에서 불로장생할 기회를 버리고 가난한 악사와 사랑을 선택한 그 마음이야 갸륵한 것이겠지만 선인의 노여움은 어찌할까. 결국 가족들은 영왕의 노여움을 피해 야반도주를 하고, 맏이인 온유는 시간을 벌고자 목숨을 걸고 가짜 신부로 나서는데....... * * * “좋다.” 그가 대답하자 덜컥 마음이 내려앉았다. 이젠 저질렀다. 물러설 수 없었다. “어맛!” 갑자기 선휘가 그녀를 안아 들어 올리자 온유의 입에서 비명이 나왔다. “내 목을 안아라.” “네.......” 대답은 했지만, 온유는 벌벌 떨며 아무것도 못 했다. 다시 선휘가 말했다. “네가 그렇게 연모한다는 나다. 어서 목을 안아라.” 온유는 마지못해 팔을 뻗어 그의 목을 안았다. 살갗에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좋은 냄새가 나는구나.” “네.......” “온천에 몸을 담근 탓인지 향이 섞였다. 내가 맛보아 주마.” 선휘의 숨이 닿을 때마다 살갗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온유는 살짝 그의 몸에 자신의 몸을 기댔다. 파드득. 힘찬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등에서 청회색의 날개가 솟았다. 온유는 놀라 선휘의 목을 급하게 끌어안았다. 몸이 하늘로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