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키스해 보는 거야. 그래도 감정이 없는 거면 그냥 친구로 남는 거고…….” “잠깐 생각 좀 해 보자.” “열 셀 동안 하기 싫으면 싫다고 이야기하고, 하고 싶으면 아무 말도 하지 마. 어때, 콜!” 손가락을 배꼽에 찔렀을 때 느끼면 연인이 되는 거고, 아무런 느낌도 없으면 우린 친구다. “서진아, 제발…….” 그래, 키스까진 허락해 줄게. 우린 친구보다는 조금 더 많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러니까 제발 이쯤에서 그만해 줘, 라는 뜻으로 제발이라고 외쳤지만 서진이 듣기에는 제발 멈추지 말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서진은 양손을 내밀어 그녀의 두 뺨을 야무지게 고정시킨 채 뜨겁고 열정적인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의 입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빨아들일 듯이. “아…… 하아…….” “너도 지금 원하잖아. 느끼잖아.” 그의 목소리만 들었을 뿐인데 그녀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우리…… 느끼는 대로 가자.” [본문 내용 중에서] “그런데 어제 키스 어땠어?” 키스란 말에 채희는 반사적으로 얼굴을 붉혔다. 그렇게 키스를 하고 나면 사이가 어색해져야 정상인데, 이상했다. 키스를 할 때만 해도 열렬히 사랑하는 연인 같았었는데 막상 지금은 친구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 채희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덤덤한 척 대답했다. “뭐가?” “나랑 키스해보니까 어떤 느낌이 들었냐고? 이성적인 느낌이 들었어? 아니면 아무 느낌이 없다거나 그랬어?” 채희는 생각하는 척하며 한 잔을 벌컥 들이켰다. 분명히 느낌이 있었다. 전에 사귀던 남자의 키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그 무엇이 있었다. 영혼을 앗아갈 것처럼 강렬한 그 무엇. 육체를 뜨겁게 달구고 여자의 은밀한 그곳을 촉촉하게 젖게 만드는 그 무엇. 채희가 그 느낌을 되새겨보는 동안 서진이 입을 열었다. “별로 느낌이 안 좋았나 보구나.” 채희는 시니컬하게 대답했다. “어, 아무 느낌도 없었어.” 그의 낯빛에 실망감이 서렸다. 채희는 힐끔 그를 보며 던지듯이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무슨 느낌인지 한 번 더 해봐야겠어.” 서진이 말뜻을 이해 못하고 멀뚱거리며 쳐다보는데 채희가 손을 뻗어 그의 뒷목을 잡고 자신을 향해 확 끌어 당겼다. 그 바람에 서진의 몸이 기우뚱하면서 그의 얼굴이 채희의 얼굴과 거의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새근거리는 숨소리까지 들렸다. 그 순간 채희의 투명한 눈동자가 점점 서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방금 먹은 삼겹살은 안중에도 없는 듯 채희의 입술이 서진의 입술을 살며시 찍어 눌렀다. 그리고는 아이스크림을 베어 먹듯이 부드럽게 깨물었다. 다시 느끼는 거지만 서진의 입술은 부드럽고 따스했다. 그리고 달콤했다. 서진의 두 손이 채희의 양 뺨을 가볍게 쥐더니 그녀의 입술을 먹어버릴 것처럼 자신의 입술에 가두었다. 그는 채희의 입술이 원래부터 제 것인 양 그녀의 입술을 아낌없이 자신의 입술과 혀로 물고 핥고 쓸어내렸다. 자신의 입술에 채희의 입술을 새기기라도 할 듯 그녀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 안에 가둔 채 마음껏 농락했다. 그렇게 농락을 하다 지칠 때쯤 그는 그녀의 귓가로 입술을 이동했다. 그가 채희의 도톰한 귓불을 깨물며 나른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때? 이제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아?” 흥분에 젖어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아, 알 것 같아.” “어때? 좋아?” “어, 너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