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늘아씨’라는 별명으로 불려 온 아린.
의탁할 가족 없이 홀로 힘겹게 지내던 그녀는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의 강압에 의해 산신의 신부로 바쳐지고 만다.
귀인(貴人), 범인(凡人), 천인(賤人).
각기 다른 신분의 소녀 셋이 신부로 바쳐지고,
그곳에서 아린은 기묘한 사내를 만나게 되는데……
* * *
“입 안의 상처는 이제 다 나으셨는지요.”
촛불마저 꺼진 어두운 방 안이었지만 사내는 창으로 들어오는 달빛을 받아 희게 빛나고 있었다.
“아…….”
터져 나오는 탄식은 입 안을 휘젓는 그의 손길 아래 막혀 버렸다.
“상처가 남았는지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흔적을 남기듯 볼 안쪽의 여린 살점을 진득하게 누른 후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오늘은 그때처럼 도망치실 수 없을 겁니다.”
미소 짓고 있으나 그날의 일을 책망하는 듯 목소리엔 웃음기가 사라진 상태였다.
“드디어 우리의 초야입니다, 신부님.”
“초야 말입니까?”
“네. 오래도록 기다려 왔답니다.”
“그게 무슨…….”
기다려 왔다니. 그녀와 부부의 연을 맺게 될 거란 걸 어찌 알고?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사내, 아니 그녀의 신랑, 진염을 바라보았으나 그는 딱히 답을 해 줄 기색이 아니었다.
“신부님, 그러니 어서 벌려 보세요.”
“네?”
“제 것이 제대로 들어가게 말입니다.”
몽월화
<재수 있는 밤>, <탐닉, 흐느끼는 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