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마왕의 에로스

· 조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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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정머리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데다, 싸가지 없기로 치면 당대 최고의 ‘개호로새끼’인 독고현에게 인생 최고의 위기가 닥쳐버렸다!

오매불망 수중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만수빌딩이 홀라당 웬 듣도 보도 못한 잡것에게로 넘어간 것이다.

 

“그렇게 만수빌딩이 갖고 싶으냐?”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이놈아, 네 어깨 위에 얹힌 건 장식품이냐? 돌 좀 굴려라, 돌 좀. 아가씨와 결혼을 하면 네 걸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느냐. 아무렴 남편이 사업상 필요하다는데 나몰라라 하겠느냐.”

현의 눈동자가 슬쩍 가늘어졌다.

조부의 제안이 구미에 당긴 현은 접었던 다리와 허리를 곧추세우며 슥 목화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촌것의 몰골이 자세히 눈에 들어오자, 긍정적으로 생각하던 현의 이마가 단박에 확 구겨졌다. 겨우 억누르고 있는 현기증이 다시 치밀어 올랐다.

떼꼬장물인지 원래 피부가 까만 건지 구분이 안 가는, 1년은 씻지 않은 듯한 검은 얼굴에, 어디서 주웠는지 임산부도 안 입을 촌스럽기 그지없는 원피스를 걸치고 있다. 거적때기도 저것보다는 낫겠다.

아니, 영감은 어디서 저런 걸 데려와서 헛소리를 해댄단 말인가. 저것과 결혼을 할 바엔 할복을 하겠다.

눈이 마주치자, 거지같은 게 겁을 집어먹은 얼굴로 안절부절못하더니, 갑자기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식 웃는다. 현의 안광이 노기로 번들번들거렸다.

이걸 그냥 확! 어디서 강냉이를 보여! 확 다 뽑아줄까?

레이저빔이 뿜어져 나올 정도로 매서운 시선에, 목화가 고개를 푹 숙였다. 현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양손으로 지그시 눌렀다. 독고현 인생 29년 만에 화병으로 돌아가시게 생겼다.

정녕 이렇게 만수빌딩을 저 거지같은 촌것에게 뺏겨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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