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기 위해 분화구로 몸을 던진 실비아는 신께 기도했다.
‘당신께서 저를 가엽게 여기신다면…… 제발, 도움을 주시옵소서.’
기도에 응답하듯 신은 그녀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했다.
광활한 사막과 신들의 나라, 야누스.
새벽의 신 바하도트 신전에서 눈을 뜬 실비아에겐 모든 것이 낯설었다.
게다가 신부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당신이…… 제 새로운 주인이십니까?”
“굳이 말하자면 그렇지. 나는 이 땅의 주인이며, 이 땅에 속한 모든 것의 주인이니까.”
실비아는 눈앞의 남자가 정말 신의 환생이 아닐까 생각했다.
야누스 국의 우두머리인 아길라, 카자르.
이 위대한 남자의 신부 경합을 거부할 권리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운명에 맞설 수밖에.
* * *
“입 벌려.”
두꺼운 입술이 실비아의 귓불을 잘근잘근 씹었다.
실비아는 귀 안쪽 예민한 살을 축축하게 적시는 감각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발버둥을 쳤다.
카자르에게는 헛웃음이 나올 만큼 약한 몸부림이었다.
신부 자리를 원하는 눈앞의 여자에게, 이건 오히려 기회가 아닌가. 어째서 제 손길을 거부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차분하게 실비아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지금 내게 안기면, 그대는 신부가 된다. 닌의 자리에 손쉽게 오를 수 있지.”
“…….”
“그런데도 거부할 생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