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랑 연애 안 하겠다는 말?” “차민권 씨는 모든 게 그렇게 쉬워요? 연애라는 것도 사랑이라는 것도, 그렇게 툭툭 내뱉을 정도로 쉬운 건가요?” “쉽게 내뱉었다고 봅니까?” “아닌가요?” “그럴지도, 아닐지도. 그런데 이건 분명해요. 난 앞으로 당신을 볼 때마다 우리가 키스하는 모습을 상상할 거야. 우리가 침대에 들어가 뒹구는 모습도 상상할 테지. 당신의 그 파란 눈에 매일 아침마다 입을 맞추는 모습도. 난 그런 상상만으로도 돌 것 같거든. 그러니까 날 사랑해 줘. 난 당신한테 더없이 달콤한 시간을 선물할 테니까.” 고슴도치처럼 몸에 가시를 바짝 세우고 살았던 지난날들의 상처가 깡그리 사라졌던 날. 그 남자가 가슴속으로 밀고 들어왔다. 멀쩡하던 이성이 흐트러지고, 선명하던 정신이 혼란스럽다. 캄보디아. 그 어느 뜨거운 열기 속에서 의사와 PD로 만난 여자와 남자. 그들이 서로에게 전하는 이별과 재회의 인사. 안녕, 그리고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