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요, 아무 준비도 없이 아무나 막 내 인생에 밀고 들어오는 게 싫어요. 그동안 나름 질서정연하게 살아왔다 자부하는데, 민호 씨가 뜬금없이 내 앞에 나타나선 그동안의 내 시간, 내 생활들을 마음대로 헝클어 놓는 게 너무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고 그래요.” 냉정하고 도도한 엘리트 의사 윤재희 얼마 전 겪은 연인의 배신으로 힘들게 한 이별을 참아내고 있는 와중에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민호가 부담스럽고 두렵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늘 우울하거나 지쳐 있거나, 때론 슬픈 얼굴로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킬 뿐입니다. 그러다 얼마 전 연인과 이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것은 하늘이 내게 준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제발, 그녀가 조금의 틈이라도 내게 열어주길 기대하면서. 아주 간절한, 절실한 마음으로 그녀를 향해 열심히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습니다.” 강한그룹 후계자이자 카레이서인 민호가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긴건 카레이싱이다. 그런데 그 카레이싱보다 더 좋은 여자가 생겼다. 묵묵히 한 사람만을 바라본 그 남자의 순애보에 드디어 그녀가 응답하기 시작했다! [본문 내용 중에서] “다, 당신……. 뭐야? 스토커야? 나, 그동안 스토커 했어?” 그런 재희를 한심하게 보며 민호가 설명했다. “재희 씨도 알다시피, 난 수철이완 절친 아닙니까? 일 없을 땐 거의 참새 방앗간처럼 썸에 드나들다 보니, 재희 씨가 그냥 눈에 들어온 겁니다. 그것도 스토커 짓이었다면, 사과드리죠.” 그럼 5년 동안이나 그녀를 지켜보았다는 건가? 수철이 BAR를 연 건 5년 전이었다. 병원과 가깝기도 했지만, 태호의 고등학교 후배이면서 수철의 친형과도 고등학교 동문인 인연으로 재희는 물론 동기들도 참새, 방앗간처럼 마음 편히 드나들던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그런데 그 긴 세월동안 조용히 그녀를 지켜보았단다. 소름이 확 끼쳤다. 재희는 더는 이 좁은 공간에 이 녀석과 있을 수가 없었다. 이번엔 아주 히스테리를 부리듯 차 문을 열려고 몸부림을 치는 그때였다. 어느 틈에 안전벨트까지 풀고, 녀석은 그녀 쪽으로 몸까지 바짝 기울였다. 아주 강한 힘으로 그녀를 저지하며 눈 깜짝할 새 입술을 겹쳐왔다. 이 기막히고 황망한 상황에서 재희는 있는 힘껏 민호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녀의 힘으론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전처럼 힘껏 버티려 해 보았지만, 이번에도 민호의 집요하면서도 현란한 기교에 속수무책 항복하고 말았다. 재희의 입술을 가르고 들어온 녀석의 미끈하고 달짝지근한 뜨거운 살덩이가 입안에서 움직일 때마다 첫 키스 때 느꼈던 아쉬움, 흥분, 열기가 천천히 되살아나고 있었다. 배꼽 아래가 딱딱해지고 그녀의 몸 안에서 잠자던 뜨거운 욕구가 온몸을 뜨겁게 데웠다. 어느 새 그녀를 끈질기게 괴롭히던 이성이란 놈은 저 멀리 보내버리고 재희는 녀석의 목에 두 팔까지 감고 열혈하게 받아들였다. 지금만큼은 이 녀석을 철없는 어린애로 치부할 수가 없었다. 아주 강한 수컷의 페르몬을 강렬히 발산하며 처음보다 더 감미롭고 부드럽게 때론 강하게 그녀의 속살을 능숙하게 조련하는 이 녀석에겐 아무리 철벽 재희라도 당해낼 수가 없다. 아주 오랫동안 서로의 체액을 나누며 달콤하고 짜릿한 키스를 나누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마지막을 녀석은 장난을 치듯 자꾸만 재희의 부푼 입술에 살짝 입맞춤을 하며 방긋 웃었다. 마치 전염이 된 듯 재희도 저도 모르게 생긋 마주 웃어주자, 녀석은 닿을 듯 말 듯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예쁘다, 우리 윤재희 선생. 그냥 있어도 예쁜데, 웃으니까, 더 예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