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되기까지 외전

· 블랙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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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이 퍼져 무너진 사회. 산속에 있는 집에 숨어 지내던 나는 마지막 남은 가족인 아빠를 잃고 방주라 불리는 곳에 들어가게 된다. 방주는 재난 이전을 떠올리게 할 만큼 풍요롭고 안전한 곳이었으나 어딘가 어긋난 그림을 보는 것처럼 미묘하다. 그런 곳에서 강제적이지만 나를 아껴주는 최준호와 비밀스럽지만 내게 잘해주는 현수원을 만나게 되는데……. “저기, 식사하셨어요?” 조금 멋쩍게 묻자 최준호가 나를 내려다본 채로 입을 열었다. “어, 밥도 먹고 다른 것도 먹…, 이걸 왜 물어보는데?” 뭔가 불만스런 어조에 예의상 물었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눈을 조금 굴리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다고 둘러댔다. 앞으로 이런 질문은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이나 먹어.” 최준호의 퉁명스런 대답에 다시 먹는 데에 집중했다. 버릇처럼 밥풀 하나 남기지 않았다. 막 깨끗한 식판 위에 숟가락을 내려놓는데 최준호가 물었다. “잠은?” “잠이요?” “잤냐고.” “…네.” 이상한 질문을 들었다는 얼굴로 답하자 최준호가 됐다며 식판을 챙겨 들었다. 뭔가 대화가 만족스럽지는 않은데 귀찮으니 넘긴다는 태도였다. 별 상관없어서 그냥 조심히 가라고 인사했다. 이번에도 최준호는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곧 다른 사람들이 올 거라는 말을 끝으로 방을 나갔다. 다시 문이 잠기는 소리가 났다. 나는 단단한 철문을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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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명 : 부정한달 * 소개 글: 세 번째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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