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윤도 씨, 제 조건은 이래요. 결혼하고 세컨드를 만들든 세 번째를 만들든 일절 터치 안 해요.” “결혼이라…….” 눈두덩이를 문지르던 차윤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내 요구가 선행된다면.” 호텔을 향해 턱짓하는 그의 노골적인 몸짓이 의미하는 바를 모를 만큼 세아는 순진하지 않았다. 긴장된 마음에 아침도 먹지 못하고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운전해 올 때만 해도 이런 취급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까? 아니, 세아는 올 수밖에 없었다. “첫 만남에 예의가 없으시네요.” “결혼을 생각한다면 익숙해지는 게 좋을 겁니다.” “…….” “침대에선 더 개새끼라.” 그는 분명 그를 찾아온 수많은 여자를 이런 식으로 돌려보냈을 것이다. 조건에 안달 난 여자 취급을 하며. 이건 도박이다. 그가 원하는 걸 들어준다고 해서 자신의 목적인 결혼을 이룰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최악의 경우, 하룻밤 가지고 놀고 버려질 수도 있다. “차윤도 씨.” “말해요.” 하지만 세아는 지금 자존심과 수치심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제 취미가 개새끼 수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