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병실이 필요해서 여기까지 온 거 아닌가?” “네! 맞아요. 하지만 난 이런 으리으리한 특실인 줄 몰랐어요.” “어디든, 그쪽 병만 고치면 되는 거 아닌가? 머리가 나쁜가? 아님,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자존심, 자격지심?” 참나,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는 거지? 그냥 간단한 수술 한번 받기 위해 병원에 왔는데, 무슨 경우인지 이상한 놈이 다가와 다짜고짜 특실에서 지내라고 협박을 한다. 그따위 특실 필요 없다는데도, 굳이 선행을 베풀겠다며 강제로 특실에 집어넣더니, 급기야 외출도 금지, 방문객도 금지 그냥 병실에만 처박혀 있으란다. 하! 뭐 이런 이상하고 뻔뻔한 남자가 있냔 말이다! 가진 건 돈밖에 없고, 안하무인에 뻔뻔함으로 철판을 두른 남자, 윤상철. 도대체 그가 사희에게 숨기고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본문 내용 중에서] “내가 그렇게 싫은가?” “네!” “왜지?” “가식과 자만으로 똘똘 뭉친 당신이 이제 신물이 나요!” “가식과 자만? 내가?” 사희는 상철을 무섭게 노려보며 따져 물었다. “처음부터 소리 골수 이식 때문에 날 소리 곁에 잡아 둔 걸 내가 모를 줄 알았어요? 난 그래도 상철 씨가 일말의 양심은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내가 잘못 생각했더군요. 당신은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최악이야!” 파르르할 줄 알았던 상철의 입가로 스산한 미소가 돋았다. 의외로 그는 차분하게 대처했다. “그래, 난 양심은 없어도 염치는 있거든. 그래서 아까 사희가 물어 왔을 때, 말을 못했다. 알고 있다는 거, 나도 알고 있었어. 오늘 준호, 그 자식이 모두 실토하더군. 미안해, 잘못했어. 그런데 아직 사희가 모르는 게 있어. 아니, 계속 몰랐으면 좋겠어. 그래서 지금은 말 안 해줄 거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줘. 나, 그냥 재미로 혹은 또 어떻게 이용하려고 사희를 이렇게 내 곁에 잡아 놓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사희에겐 이미 산산이 부서져 버린 믿음을 이 남자는 뒤늦게 강요하고 있었다. 그래, 염치라도 있어 다행이다. 사희가 빈정거렸다. “참, 비밀이 많으신 분이네요. 그래요, 나도 알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상철 씨 옆은 사양하고 싶네요. 저, 내일 한 박사님 찾아가서 골수 채취해 달라고 할 거예요. 만일 안 해주면 소리에겐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골수 이식, 저 안 해요.” 단단히 뒤틀려 버린 사희에겐 지금 그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걸 그도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사희는 더 이상 그와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다시 그를 비켜 가려는 그때였다. 그가 갑자기 그녀를 덥석 안아 버렸다. 사희는 있는 힘껏 그를 밀어내 보려 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놔!” 새된 비명처럼 외마디를 내지르며 그녀가 그의 정강이를 냅다 걷어찼다. 하지만 그는 끝내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한바탕 발버둥을 치고 난 그녀는 지쳐 버렸다.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때, 그의 말문이 열렸다. “나, 너 좋아해.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나도 잘 모르니까, 곤란한 질문은 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