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창은 앞집 현관 벨을 눌렸다. 그런데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다시 한 번 더 눌렸다. 하지만 마찬가지였다. “허-!” 수창은 헛웃음은 그렇다 치더라도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치는 터라 뚜껑이 저절로 열릴 지경이었다. ‘이, 이 여편네가……!’ 수창은 홧김에 자신도 모르게 문손잡이를 잡고 밑으로 젖히며 앞으로 밀었다. 그런데…… 웬걸, 이 무슨 경우인지 현관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어라!’ 순간, 번거로움을 덜었다고 생각한 수창은 성큼 현관문 안으로 들어가 미닫이 중문을 살며시 열었다, ‘헉! 뭐야?!’ 아닌 게 아니라 수창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안방에서 은밀하게 새어나오고 있는 야릇하기 이를 데 없는 소음 때문이었다. 그 소리에 수창의 두 귀가 절로 쫑긋 곤두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것도 잠시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바로 앞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실내용 슬리퍼를 신은 수창은 그 소음의 진원지가 안방이라는 사실에 적이 놀랐고 그 소음이 흥분에 달뜬 상태에서 여자가 내지르는 간드러진 신음소리와 간간히 숨넘어가는 남자의 헐떡거리는 소리가 분명하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이런! 이런!’ 일순 황당함과 당혹감에 사로잡힌 수창의 심장은 마치 뜀박질을 하듯 마구 방망이질을 하기 시작했다. “자기야-! 아까처럼 더 깊게 찔러줘! 그래-! 거기~ 거기~ 흐흑! 아우-! 나 미쳐! 우리 자기 너무 잘 찌른다! 엄마야! 나 죽어!” 연신 자지러지며 쉼 없이 토해지는 간드러진 신음소리의 주인공은 그 누구도 아닌 앞집 그녀였다. “헉! 헉! 자기도 잘 깨물고 있는데 뭐! 좋아! 그렇게 잘근잘근 깨물며 빨아 당기는 거야! 우리 자기 최고야! 역시 울 마누라 속살은 짱이야! 짱! 으윽-!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앞집 그녀의 요분질에 맞장구를 치며 피스톤운동을 해대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녀의 남편이었다. 그제야 수창은 아내 수정이 어디에 정신이 팔려있었는지 상황 판단이 되는 몹쓸 순간이었다. ‘이런 정신 나간 여편네를 봤나!’ 수창은 앞집 부부가 운우지락을 즐기고 있는 동영상을 보며 잔뜩 흥분해 있을 아내를 생각하니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성질 같아서는 당장 안방으로 쳐들어가 요절을 내고 싶었지만 혼자가 아닐 거라는 생각에 일단은 참기로 했다. 어느 틈에 수창은 자신도 모르게 안방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서고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 앞을 못 지나치듯.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문손잡이를 잡고 밑으로 비틀듯이 꺾으며 앞으로 지그시 밀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스르르 열렸다. ‘허걱!’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눈으로 확인이 되는 순간, 수창의 두 눈은 저절로 부릅떠지고 입은 떡하니 벌어졌다. 방 안에는 앞집 그녀와 아내 수정 둘뿐이었다. 두 사람은 침대 헤드에 나란히 기대어 앉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완벽한 알몸으로 아랫도리를 짜 맞춘 채 헐떡거리고 있는 동영상에 흠뻑 빠져있었다. 물론 화면 속의 남여 주인공은 앞집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