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이 넝쿨째 굴러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극적인 행운을 손에 쥔 순간, 한번쯤은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사뭇 당황하기 마련인 게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다. 그런데 바로 나라는 놈이 그 짝이었으니 그 아무리 세상 돌아가는 판이 요지경 속이라지만 거짓말 같은 현실이 파노라마처럼 내 눈앞에서 펼쳐졌으니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그러니까 은수와 사귄지 3년째 되는 날, 1박 2일 일정으로 경주 보문 단지 내 모 호텔에 투숙한 것은 초겨울에 접어든 11월 말경이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무덤 속까지 비밀이란 이름으로 가슴에 새겨야 할 일생일대의 기념비적인 사건 아니, 사고는 호텔에 투숙한 그날 밤, 정확하게는 자정을 막 넘긴 바로 그 시각에 믿을 수 없는 거짓말처럼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