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 순간, 병아리를 낚아채는 독수리마냥 날쌘 동작으로 3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한달음에 몸을 날린 경수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손을 덥석 움켜잡았다. 그런데…… 눈치 밥이 10단이라면 눈썰미는 15급 수준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경수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헉! 이럴 수가!’ 그랬다. 그녀는 용감하게도 아니, 대담하게도 노브라 상태였다. 그 바람에 물에 흠뻑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은 개나리꽃 색깔의 반팔 티셔츠 위로 봉긋하게 부풀어 있는 탐스런 가슴 라인과 도도록하니 불거진 젖꼭지가 경수의 두 눈을 사정없이 찔려 왔으니…… 아닌 게 아니라 시쳇말로 죽음 그 자체 이상으로 경수를 두 번 죽이는 확인사살이나 다름없는 그림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세, 세상에!’ 경수는 자신도 모르게 입 안 가득 고이는 침을 꼴깍 삼켜야만 했다. 그 와중에도 눈이 부실 정도로 뽀얗디 뽀얀 박꽃 같은 여자의 희디흰 속살을 여태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뒤흔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