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뽑기를 하기 위해
문방구를 가는 게 삶의 낙인 여자, 연해리.
홧김에 술을 마셨는데 다음날 눈을 뜨니
그녀의 옆에는 단골 문방구 집 아들 무진이 있었다.
“어딜 도망가려고요.”
어떤 사정으로 몸에 화려한 문신을 한 남자, 공무진.
살짝 올라간 눈매에 차가운 인상의 여자가
피규어 하나에 울고 웃는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여기가 큰 사람이 아니면 안 한다고 한 거 정말 기억 안 나요?”
“정말 기억 안 나는……!”
아래로 향하는 무진의 시선에 화들짝 놀라 소리치던
해리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기억에 몸을 굳혔다.
“기억난 거 맞죠?”
“아니, 그게.”
“그리고 난 책임지기 싫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해리와 눈을 맞춘 무진이 볼을 부드럽게 매만지며 예쁘게 웃었다.
“오히려 난 당신을 책임지고 싶은데.”
《뽑기 하러 왔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