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무엇이 너로 하여금 자신을 꽁꽁 묶어 가두고 주춤거리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네가 마음을 여는 날, 난 너를 놓아주지 않을 거야. 너의 모든 것을 내가 가질 거야.” “규원이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가 원인일까요? 아니면 당신의 강한 집착과도 같은 나에 대한 욕망이 두려운 것일까요?” “그게 무엇이든 난 절대 너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것만 알아둬.” 첫사랑의 아픔으로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는 여자, 송이수. 그런 그녀에게 다가오는 세 명의 남자. 하지만, 세 남자의 구애에도 꽁꽁 얼어 버린 그녀의 마음은 열릴 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떠난 그녀는 그곳에서 몇 번의 우연을 반복한 현민을 다시 만나게 되고, 그와 작은 일탈을 벌인다. 비 내리는 그날,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던 백현민, 그는 과연 겨울처럼 얼어 버린 그녀의 심장을 녹여 줄 수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우리 건배할까요?” 이수는 그가 내보이려는 마음을 모른 척하며 바다로 향해 있던 시선을 그에게로 맞추었다. “무엇을 위해서?” “그냥 이 시간을 위해서요. 당신은 무엇을 위해서 건배하고 싶은데요?” “당신과 나를 위해서.” “후훗. 당신과 나는 현재라는 이 시간 속에 같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서 떠나는 순간부터는 모르는 사람들처럼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겠죠.” 이수는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시원하게 목을 타고 내려가는 청량감이 좋았다. 이 시간은 지나고 나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이수는 후회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때 그가 맥주 캔을 옆 탁자 위에 놓으며 가볍게 자신의 허리를 감아 왔다. 이수는 허리에 둘러진 강한 팔의 힘에 몇 모금 마신 알코올의 도수가 상승하는 것만 같았다. 낯선 남자의 체온이 아지랑이처럼 슬금슬금 몸을 타고 올라와 모든 신경 세포를 들쑤셔 놓는 것만 같아 이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서울로 돌아가면 모르는 사람들처럼 돌아가고 싶은 건가요? 그럼 우리가 함께 보내는 이 시간은 뭐죠?” “우리가 같이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그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진 말아요. 그야말로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당신, 키스 한 번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는 거 아니에요?” “적어도 난 아무나하고 키스하진 않지. 그런 당신은 아무나하고 키스하나?” 현민은 화가 났다. 한 번의 키스조차도 가볍게 여기는 그녀의 못마땅함에 화가 난 현민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편하게 했다는 걸 몰랐다. “네, 난 아무나하고 키스해요. 아무나하고 키스하지 말란 법 있나요?” 현민은 그녀의 도발적인 말에 미간을 좁히며 시니컬한 어조로 맞받아쳤다. “그래? 그럼 우린 키스도 했고 같이 잠도 잤으니 서로 꺼릴 것이 없겠군. 어때? 오늘 밤, 아니 밤까지 기다릴 필요가 뭐 있어, 지금도 난 괜찮은데 당신은?” 이수는 그의 팔을 탁 쳐냈다. 그리고 그를 쏘아보며 턱을 치켜들었다. “그러네요. 섹스만 안 했다 뿐이지 할 건 다 했군요. 그래요, 못 할 것도 없죠. 서로 꺼릴 것이 없을 테니, 지금 시작할까요?” 이수가 그의 눈동자에서 시선을 비키지 않은 채 손으로 윗옷의 자락을 잡아 위로 당기려는 찰나에 손을 움켜잡는 강한 힘에 멈추어졌다. 차가웠다. 굉장히 도발적인데도 그녀는 차가웠다. 하긴 그의 형도 그녀의 차가운 이성에 무릎을 꿇지 않았던가. 그 사실이 새삼스레 현실로 다가왔다. 냉정한 그녀의 모습에 현민은 벗어던진 가면에서 한 겹 더 벗겨내었다. “정말로 나하고 섹스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 건가? 그렇다면 키스부터 할까, 아니면 삽입부터 할까? 당신은 어느 쪽을 더 선호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