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명운은 상체를 약간 일으켜 한쪽 팔로 지탱하고는 긴장감으로 인해 조심스러운 빛을 띠는 현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아무래도 아까의 약조는 지킬 수가 없을 듯하구나.” 나직하게 속삭이는 그의 음성에 현의 눈이 깜빡거리며 무슨 말이냐고 물을 것처럼 입술이 살짝 열렸다. 하지만 이내 다가온 그의 입술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를 맞아들였다. ---------------------------------------- 야만스런 설국의 횡포를 피하기 위해 태어날 때부터 남아로 키워진 현. 힘든 피난길에서 마음을 나누었던 명운을 다시 보고자 위험한 결심을 하는데…. “넌 무인이기 전에 여인이지 않느냐! 진정 충숙위 무관이 되고자 함이냐, 아니면 김총관을 곁에서 바라보기 위함이냐?” 그를 향한 연심을 드러내지 않겠다 아비와 약조하고 충숙위에 입관하지만, “설마 널 못 알아본 거라 생각했느냐?”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충숙위를 이끌던 그가 건넨 말 한 자락에 현의 마음은 또다시 소용돌이친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듯 이어지는 현의 충숙위 생활과 그런 그녀에게 손을 뻗는 검은 그림자. 그리고 그녀를 지키고자 하는 명운의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