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시피 내가 손이 자유롭지 않아.” 얼핏 봤을 때는 한 팔만 깁스한 줄 알았는데 왼쪽 팔은 깁스를 하고 오른손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 혹시 성기를 꺼내서 소변을 봐달라는 건가? “바지에 지리면 더 난감할 거야. 구석구석 깨끗이 씻겨야 할 테니까.” 줄무늬가 그려진 환자복 하의 앞섶이 터질 것처럼 팽팽하게 일어서 있었다. 아무래도 환자를 잘못 고른 것 같았다. 꼭 호랑이 굴에 들어온 느낌이랄까. 결국, 하은은 두 눈을 질근 감았다. “계속 잡고 있을 거야?” “…….” “오래 잡고 있으면 커지는데.” “……아.” 민망하고 창피하고, 징그럽고, 저질스러우면서 퇴폐적이고……. 복잡해진 그녀의 감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귀찮은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전을 때렸다. “책임질 것 아니면 어서 싸게 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