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고든 콤스톡은 ‘돈의 신’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고 싶은 강렬한 열망을 지녔다. 단어에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 광고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서의 재능을 발휘해 인정을 받지만, 자본주의의 꽃인 광고업계에서 일하는 데 회의를 느껴 돈의 신의 손아귀에 더 붙들리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스스로 직장을 박차고 나온다. 이후 서점 점원으로 취직해 형편없는 주급을 받고 일하면서 시인으로서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세상은 그의 생각처럼 그리 녹록지 않다. “하늘의 새는 방세를 줄 필요가 없다는 걸 망각”한 것이다.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이게 된 그는 “가난이 사고를 말살”하는 아이러니의 사슬에 묶이고 만다. 그는 점점 더 비관적이 되어 나락으로 떨어진다.
조지 오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
어릴 적 지독한 가난을 경험했던 작가 오웰에게 ‘가난’은 강력한 창작의 동기이자 원천이 되었다. 오웰은 훗날 이 책을 두고 ‘돈벌이만을 노리고 쓴 책’이라며 더는 출간하지 말아 달라고 유언 집행인에게 말한다. 당시 그는 “나는 거의 굶고 있었고 100파운드라도 받고서 뭔가를 써야 했다”고 고백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이런 절절한 심경이 이 소설의 주인공 고든 콤스톡에게 그대로 투영되어 소설은 더욱 빛을 발한다. 꿈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괴로워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