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온 갤러리의 새로운 관장으로 오게 된 화평의 작품이었다.
사글세를 벌어보려다, 도리어 빚이나 더 떠안게 됐다.
그러던 중, 기빈은 자신과 화평의 생년월일이 모두 똑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자, 얼마 전에 점쟁이에게서 들은 말이 떠오르는데…….
‘분명 너랑 같은 해, 같은 날 태어난 사람이 있어. 너보다 조금 일찍 태어났을 거다. 그놈이 네 좋은 걸 다 가지고 나쁜 건 다 너한테 떠넘기고 태어났네.’
‘앗, 네. 그으럼… 방법은 있나요? 그, 제 운…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이요.’
‘정을 통해야 돼. 잠자리를 해야 된다고. 그 사람이랑.’
* * *
<본문 발췌>
“저 처음 봤을 때 친해지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기빈의 말에 화평이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대며 웃음을 터뜨렸다. 화평의 웃음소리가 잦아들고 나서야 기빈은 다시 정신을 다잡으며 물었다.
“지금은… 어때요? 친해진 것 같으세요?”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여전히 미소는 걸려있었으나 짐짓 진지한 낯이었다. 화평은 아예 기빈 쪽으로 몸을 틀었다. 차츰 화평의 낯에서 미소가 지워졌다. 화평의 시선이 제 낯을 찬찬히 헤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담백하지만 진득한 시선이 오래도록 기빈의 낯을 배회하며 머물렀다.
“그 정도는 이미 지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
“기빈 씨는 그것보다 더 바라는 거 아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