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신의 유대인 작가인 요제프 로트는 어린 시절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동쪽 변방, 즉 러시아와의 국경 지역에서 자랐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이곳은 오스트리아군과 러시아군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격전장이 된다. 이에 작가는 자연스레 러시아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황폐해진 고향의 모습을 담은 소설을 구상한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타라바스》다.
주인공 타라바스는 러시아 변방 갈리치아 지방 출신의 가톨릭 신자로, 대학 중퇴 후 혁명 모임에 가입했다가 헤르손 총독 저격 사건에 연루된다. 이 일로 아버지에 의해 미국으로 추방된 타라바스는 어느 날 한 집시 여인으로부터 '살인자이자 성인이 된다'는 예언을 받는다. 그 후 이 말은 타라바스의 머릿속에 불도장처럼 각인되어 내내 그를 따라다닌다. 예언을 받은 후 또다시 폭력 사건에 휘말린 타라바스는 세계대전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를 계시로 여기고는 고향으로 돌아가 곧장 입대한다. 전장에 선 그는 허가받은 살인을 일삼는다.
군대의 장교로서 언제나 굳건할 것 같았던 타라바스는 그러나, 붉은 수염을 가진 한 유대인을 만나 극적으로 참회의 계기를 맞는다. 집필 초기 작가는 소설의 제목을 "붉은 수염"으로 하려고 했다고 전한다. 이처럼 이 소설은 작가의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혼란에 대해서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의 부제 "이 땅의 손님"은 유대인이면서도 가톨릭에 경도되었고, 혁명적 사상을 가졌지만 보수주의자로 알려졌으며, 고향을 떠나 망명지에 생활해야 했던 작가 자신을 상징한다.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