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휘말려 있던 캅카스 지역이었지만, 러시아인들에게 이 지역은 당대 낭만주의 사조와 맞물리면서, 영국인 바이런에게 그리스가 태고의 이상과 미를 간직한 땅으로 비쳤던 것처럼, 러시아인에게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낭만주의적인 ‘이국’으로 여겨졌다. 또 캅카스는 결투에 연루되었든지 정권에 거슬렸던 군인 출신 러시아 귀족들의 유배지·강등지로도 활용되었다. 뿐만 아니라 캅카스는 빼어난 자연 환경과 온천지 등으로 인해 안전한 지역은 러시아 귀족들의 휴양지이자 요양지로 각광을 받았다.
≪우리 시대의 영웅≫는 캅카스가 지니고 있는 이런 낭만주의적 코드과 사회적 배경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특히 작품 전반에 걸쳐 펼쳐지는 캅카스의 자연에 대한 묘사는 이 작품에 깊은 서정성을 부여하며 ‘하늘과 땅’, ‘천상과 지상’, ‘선과 악’, ‘운명과 인간’이라는 주요 테마와 모티브들을 엮어 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캅카스 주둔 러시아군을 흔히 ‘캅카스인’이라고 불렀다. ≪우리 시대의 영웅≫에 나오는 이등대위 막심 막시미치는 캅카스인의 전형이다. 이들은 푸시킨의 ≪캅카스의 포로≫와 같은 낭만주의적인 서사시에 매료되어 자원해 온 군인들이다. 처음에 이들은 영웅적인 전공을 세우길 꿈꾸지만, 막상 전선에 나가서는 전투도 드물고 적을 만나기도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실망한 채 캅카스의 무더위와 추위를 견디면서 5∼6년의 천편일률적인 세월을 겪어 낸다고 한다. 그사이 이들은 가슴에 주렁주렁 훈장을 달게 된다. 하지만 승진도 잘 안되고 성격은 점점 음울해지고 과묵해지면서 더 이상 진군도 자청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그들은 본격적인 캅카스 사람이 되어 가기 시작한다. 현지 민족들과 친구가 되면서 캅카스 복무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마흔 정도가 되면 고향 러시아로 돌아가고 싶어지고, 결국 이들은 일부러 부상을 당해 퇴역한 뒤 귀향하거나, 전쟁에서 죽거나, 운이 좋아 결혼을 해서 아내의 보살핌 가운데 요새에서 죽는다고 한다. 러시아 출신이지만 캅카스에서 오래 머물다 보니 러시아적 요소와 귀족적 면모를 잃은, 레르몬토프의 말에 따르자면, ‘반은 러시아인이고, 반은 아시아인이 된’ 독특한 계층의 일원이다.
레르몬토프는 이렇듯 당대의 캅카스 사정을 생생히 그려 냈다는 점에서 칭송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