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태산에 받아주세요.” 화영은 극한의 상황에 몰려있다. 집, 직장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사채업자를 피해 그녀가 택한 곳은 국내 최대 범죄조직 중 하나인 태산. “차화영 씨. 사람 죽는 거 본 적 있습니까?” “…아니오.” “지금 당장 사람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집단이 바로 범죄조직입니다. 그런데 여길 들어오겠다는 말입니까? 차화영 씨가 죽을 수도 있는데?” 고요히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재현은 손수건으로 핏기를 지우며, 심연처럼 깊고 짙은 진득진득한 눈동자로 화영을 응시했다. 까딱까딱 움직이는 길고 갸름한 손끝. 그가 그녀에게 손짓했다. 그에 맞춰 화영은 홀린 듯 발을 움직였다. 지금 하는 선택이 맞는 선택일까?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전, 자신을 이곳까지 몰고 간 많은 상황을 회상해 보았다.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명확하게 인식하자 답이 명확해졌다. 생존의 욕구가 박탈되는 상황에서 선과 악, 도덕적인 잣대는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아직도 조직에 들어오고 싶습니까?” “다시 한번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 저, 받아주세요.” “좋아. 어디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봐.” 짓씹 듯 한 자 한 자 재현이 뱉어낸 말에 그제야 화영은 눈물을 머금은 얼굴로 환하게 미소 지었다. 한계에 몰릴 대로 몰린 화영에겐 재현만이 구원이었다. 다른 선택지는 생각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