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서재현. 그를 짝사랑하던 은호는 원치 않게 나간 반장 선거에서 받은 유일한 한 표가 재현의 것이었다는 사실이 창피했다. “날 왜 뽑았어?” “나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 뽑았어.” “뭐?” “심은호, 너 좋아해서 뽑았다고.” 조금의 접점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재현의 갑작스러운 고백. “날 왜 좋아하는데?” “좋은 사람이니까.” “내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네가 어떻게 알아?” “뭐든 두 번째로 보면 잘 보여.”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어른스러운 목소리가 좋았다. “말했잖아. 난 뭐든 두 번씩 볼 수 있다고.” 진지한 얼굴로 하는 허무맹랑한 말도 믿고 싶어졌다. “서재현, 너. 나랑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집에 가서 두 번째로 보고 그럴 거야?” “아니, 다시 보는 건 한 번뿐이야. 그러니까 아껴 볼 거야.” “뭘 아껴 보는데?” ‘너를’ 하고 아무렇잖게 대답하는 그 모습에 그만 마음이 설?다. “돌아가도 아무것도 못 바꾼다면서.” “가끔은 바꾸지 않아도 다시 보는 것만으로 좋은 순간이 있어.” 말이 없고 속이 깊은 남자와, 그 깊은 속을 알 수 없어 자꾸만 바라보다 사랑에 빠져 버린 여자의 운명 같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