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아무도 원치 아니하였던 주왕의 서출 궁주, 모란. 죽으러 온 황궁에서 살아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혀를 깨물고 자진이라도 할 참이더냐?” “염치가 없어 그리 하지도 못합니다. 저는 죽어서……아이를 볼 낯이 없습니다.” 죽는 것이 때로 사는 것보다 쉬움을 모란은 잘 알고 있었다. “더는 그 표정을 보아 줄 수가 없다. 너는 지금 과인을 원망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과인을 위해 궁을 나섰다 당한 참변이다. 그러니 당연히 과인을 탓하겠지.”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허면?” “처음 회임한 것을 알았을 때, 그토록 모질었던 것을 후회하기 때문입니다. 어여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황제가 단호히 말하였다. “그것조차 용종을 위한 일이었다.” 모란은 울음이 꽉 들어차 먹먹한 가슴 위를 지그시 눌렀다. “죽을 때까지, 가슴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영원히……이곳에 남아, 저를 벌할 테지요.” 같이 죽자 하였거늘……. 무정한 아기씨는 저 홀로 떠나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