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하

〈19세 이상〉
〈강추!〉연수의 숨소리가 급격히 빨라졌다. “하, 하지 마, 하지 마요.” 극한의 쾌락을 견디지 못하는 연수가 흐느꼈다. 손에 힘을 주어 쥐어뜯을 듯 확 잡자 그녀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는 짜릿한 쾌락 앞에 늘어진 연수를 잡고 자신의 욕망을 채웠다. 호흡이 들뜨고 마음이 들뜬다. -------------------------------------------------------------------------------- 어차피 그와는 사랑해서 한 결혼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꾸 기대하게 됐다. 마음을 빼앗기게 됐다. 사랑하게 됐다. 그래서 연수는 이 끔찍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말문을 연 연수는 단지 그것만으로도 숨이 벅차 잠시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고통스럽다. 심장이 찢어질 만큼…….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당신이 아버지 회사의 새로운 주인이라고. 사실인가요?”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그는 발뺌을 하지도 않았고 변명을 하지도,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다. 그렇지……, 그는, 이 남자는 처음부터 필요하지 않은 말 따윈 함부로 낭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왜 그랬어요?” 그녀가 가냘픈 음성으로 물었다. “회사라면, 그저 내 아버지의 회사를 당신이 가진 거라면 상관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내 오빠가 죽었어요.” 마지막 그 말은 신음처럼 변해버렸다. 아버지의 죽음 따윈 애통하지 않아. 미안하게도 조금도 슬프지 않다고. 하지만 내 오빠는……. 같은 유년의 기억과 같은 유년의 경험이 만든 유대감을 가진 단 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가버렸다. 땅에 묻힐 시신조차 남기지 못한 채……. 연수는 등을 곧추세우며 규현을 노려보았다. “당신을 믿는다고 했잖아. 정말……정말 당신을 믿었다고. 그런데……이게 뭐야? 내가 당신을 어떻게 용서하라고……!” 정경하의 로맨스 장편 소설 『서슬』.
〈19세 이상〉
[종이책2쇄증판] **본 도서에는 외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차갑고 날카로운 남자의 키스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뜨거웠다. 숨이 막힌 은재가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 순순히 밀려난 그가 그녀의 흰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아…….” 은재는 신음을 내지르고 말았다. ---------------------------------------- 은재. 그때, 그 남자를 만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바다 안개처럼 아스라한 목소리를 가진 그 사람을……. “등대지기라, 좋지. 얼어붙은 밤을 비추니까. 등대지기에게 시집이나 갈까?” 그럼 죽도록 돈을 벌지 않아도 되겠지. 등대지기 남편에게 밥만 해주면 될 테니까. 낯선 음성이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싱가포르는 얼어붙을 일이 없는데, 어쩌나. 그리고 요즘은 자동으로 빛을 비추지.” 깜짝 놀란 은재가 몸을 일으키다 그만 비틀거리고 말았다. 그녀가 쓰러지지 않게 양 팔을 붙잡아 준 남자가 더없이 싸늘하게 경고했다. “육탄 공세는 사양하지.” 신욱. 가시가 많은 꽃. 등대지기와 결혼을 하고 싶다던 여자를 다시 만났다. “거두절미하지. 날 유혹해 볼 생각이 있나?” “넘어오긴 할 건가요?” “글쎄……. 실제로는 한 번도 넘어간 적이 없지만, 너라면 가능할 지도 모르지.” 그의 긴 손가락이 그녀의 턱을 치켜 올렸다. “그러니 어디 한 번 해봐.”
〈19세 이상〉
〈강추〉[종이책2쇄증판]여인이란 그에게 아무 의미도 되지 않는다 생각하였던 것은 아주 오만한 착각이었다. 전혀 풍만하지도 않고, 기교를 피우지도 않는 모란의 속살을 파고들며 재휘는 광증을 느꼈다. 어디선가 풍기는 모란의 혈(血)향이 그의 광증을 더욱 불러일으키었다. 그의 사나운 몸짓을 더는 견딜 수가 없어진 모란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하였다. “네가 언제까지 견딜 줄 알았더냐.” 승리감에 사로잡힌 재휘는 모란이 물어 더욱 붉어진 입술을…. ------------------------------------------------------------ 아무도 원치 아니하였던 주왕의 서출 궁주, 모란. 죽으러 온 황궁에서 살아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혀를 깨물고 자진이라도 할 참이더냐?” “염치가 없어 그리 하지도 못합니다. 저는 죽어서……아이를 볼 낯이 없습니다.” 죽는 것이 때로 사는 것보다 쉬움을 모란은 잘 알고 있었다. “더는 그 표정을 보아 줄 수가 없다. 너는 지금 과인을 원망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과인을 위해 궁을 나섰다 당한 참변이다. 그러니 당연히 과인을 탓하겠지.”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허면?” “처음 회임한 것을 알았을 때, 그토록 모질었던 것을 후회하기 때문입니다. 어여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황제가 단호히 말하였다. “그것조차 용종을 위한 일이었다.” 모란은 울음이 꽉 들어차 먹먹한 가슴 위를 지그시 눌렀다. “죽을 때까지, 가슴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영원히……이곳에 남아, 저를 벌할 테지요.” 같이 죽자 하였거늘……. 무정한 아기씨는 저 홀로 떠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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