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연가 5

· 에피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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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내의 침략으로 멸망한 초의 공주, 실라. 제 신분도, 핏줄도 모른 채 노비로 살던 그녀에게 다가온 진내 황태자, 무열. 원수의 자식인 줄도 모른 채 그에게 점점 빠져드는 그녀. 그런 그녀를 적당히 쓰고 버리기 좋은 제물로 삼은 그는 그녀의 진심 어린 연정을 농락하는데... “하아……아. 무…….” 머리가 어떻게 되어 버릴 것 같은 소름끼치는 쾌감. 뜨겁게 파고든 그가 꽃잎을 둥글게 핥아 올리는 찰나 머릿속이 마구 번쩍이며 아득해졌다. 부족했다. 갈급했다. 엉덩이를 들어 올려 허리를 튕기던 그녀는 하마터면 저도 모르게 무열의 이름을 부를 뻔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짧은 한순간이었지만 그가 온전히 자신을 품어 주길 갈망한 자신을……. 이를 깨닫는 순간 그녀는 견딜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이럴 순 없어.’ 걷잡을 수 없는 자괴감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무열이 하나하나 여인으로 만들어 놓은 여체였다. 작은 스침 하나에도 그를 기억하는 몸은 이렇듯 잔뜩 민감하고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나를 원한다고 말하거라.” 헐떡이는 그녀를 향한 그의 음성이 들렸다. 실라는 고개를 저었다. 당장이라도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올 만치 그를 원하고 있는 달뜬 육체의 소리를 그녀는 모른 체해야만 했다. 이에 더해 짙어만 가는 절망으로 더욱 혼탁해진 무열의 눈동자가 실라를 뜨겁게 노려보다 그녀를 반쯤 일으켜 세웠다. 그 자신조차도 어쩌지 못하는 소유욕이었다. “말해. 나를 원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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