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얼마 주시려고요?”
맹세코 그에게 돈을 바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에게 진심이 아닌 적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관계의 마지막을 말하며 봉투 따위를 준비한 남자에게 미련 따위 남길 생각은 없었다.
“받죠. 그 봉투.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말해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자요.”
감고 있던 가운의 끈을 스르르 풀며 도발했다.
마지막 관계가 끝났다. 나경이 다시 내민 봉투를 본 준명의 고동색 눈이 위험한 빛을 내며 번쩍였다.
“대표님처럼 수고비 드리는 거잖아요. 그러니, 거절할 거 없어요.”
나경은 열 내지 말라 입꼬리를 올려 웃으면서도, 빨리 봉투 안 받고 뭐 하냐 지적하듯 그를 노려보았다.
“돈이 적어서 그래요?”
기분 나쁘니 그만하라는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경은 지갑에서 만 원을 꺼내 봉투 위에 척 올렸다.
“은혜를 입으면 받은 것에 보태서 돌려줘야 한다고 배워서요.”
말과 함께 나경은 들고 있던 만 원을 봉투에 넣어 끝까지 친절하게 그의 손에 봉투를 쥐여준 후 밖으로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