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티브이를 틀었더니, 이상한 뉴스가 나왔다. 짝사랑이 멸종하여 그 부작용으로 기존에 짝사랑을 앓고 있던 사람들이 충동을 참지 못하고 상대에게 무맥락 고백을 날려대고 있다고.
「서양화과 동기 박상: 이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이 말 먼저 해. 나 너 좋아한다. - 오전 9시 35분」
「교양 조원 이승훈: 해서야. 비록 같은 오메가이기는 하지만… 나랑 사귈래? - 오전 9시 35분」
「선배 정곤대: 오빠가 용기 내서 고백한다. 이해서. 내 여자 친구가 되어 줘. - 오전 9시 35분」
소식을 접하기가 무섭게 해서의 메신저가 미친 듯이 울려 댔다.
짝사랑의 멸종이라는 게 이렇게나 무서운 거구나. 평생 흑역사로 남을 것 같은 느끼한 멘트들을 훑어본 해서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마땅한 맥락이나 전조 없이 냅다 내리꽂히는 고백이 곤란하기보다는 딱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저들이라고 될 거라고 생각해서 했겠나. 이게 다 짝사랑인지 뭔지가 멸종당하면서 생긴 비극이었다.
불쌍한 사람들….
고개를 내저은 해서는 자신과 그들 사이에 철저하게 선을 그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짝사랑은 아직 고백을 하지 않아서 짝사랑일 뿐, 쌍방이라고 확신했으니까.
어차피 이어질 사랑이라도 고백은 멋스럽게 하고 싶었다.
「이해서: 당분간 우리 집 안 와도 돼. - 오전 10시 08분」
그래서, 짝사랑 상대에게 이 사태가 진정되기까지 당분간 만나지 말자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어? 이해서. 언제 일어났어?”
여태 비어 있는 줄 알았던 손님 방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당분간 이 집에 오면 안 될 사람이 튀어나왔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당황하던 것도 잠시, 해서는 뉴스에 나왔던 사람들과 똑같이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제 마음을 고백해 버리고 말았다.
“사랑해. 오빠. 이번 발정기는 나랑 보내자.”
저자 - 죄송한취향
저를 변태라 매도하지 마세요. 우리는 모두 하나입니다.
<출간작>
내가 M이라니, 사냥꾼에게서 도망쳤다, 보름달이 뜨기 전에, 이런 가이드는 싫어요. 저주가 친절하고 소꿉친구가 맛있어요. 플레이어 보이프렌드. 전생에 나라를 팔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