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선운 그룹의 숨겨진 막내딸이라는 것도 비밀, 남자친구가 백선율이라는 것도 비밀, 그 남자친구를 스토킹하고 있다는 것도 비밀.
지우의 우주는 백선율이라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건 일주일에 단 하루, 월요일 뿐이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녀가 선율의 여자 친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으니까.
“선율아. 사랑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그렇게 다가온 190일 기념일.
데이트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잠에 들었다 깨어났더니.
[시스템] PLAYER(이)가 월요일을 싫어합니다.
[시스템] PLAYER(이)가 핸드폰을 확인하고 피곤해합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스템] 카페 사장 주민아(이)가 PLAYER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그건, 누군가의 심장이 공략당하고 있다는 문장과.
[연지우 (MON-GIRL FRIEND) : ♥♥♥♥♥]
제 이름 옆에 나열된 꽉 찬 다섯 개의 하트.
정신병이 왔나? 무서웠지만 오늘은 월요일. 미칠 때 미치더라도 데이트는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시스템] PLAYER가 심리학과 조교 주서아를 향해 미소 짓습니다.
[시스템] 일문과 여신 강애지가 PLAYER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시스템] 의류학과 신입생 서지안이 PLAYER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이 눈치 없는 PLAYER 놈이 당최 쉬지를 않는다.
이러다 온 동네 여자들 다 꼬시겠다. 빈정대던 순간, 강의실에 그토록 기다리던 선율이 등장했다.
여느 때처럼 수줍게 그를 훔쳐보는데, 남자친구의 머리 위로, 보여선 안 될 게 보인다.
[백선율 (PLAYER) : BOY FRIEND]
그 더러운 바람둥이가 너였어?! 설마 했던 PLAYER의 정체에 놀란 것도 잠시, 그보다 더 놀라운 진실이 지우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시스템] PLAYER(이)와 같은 공간에 있는 공략 캐릭터들의 호감도를 모두 표시합니다.]
[체대 신입생 민유라 : ♥♥
영문과 신입생 채유람 : ♥♥♥
민속 무용 신입생 하유리 : ♥♥♥
행정학과 졸업반 박유희 : ♥♥
……]
알고 보니 캠퍼스가 전부 하트밭.
그보다 더 기가 막힌 건.
조혜진 (TUE-GIRL FIREND) : ♥♥♥♥
자신이 없는 화요일을 차지한 또 다른 여자 친구의 존재였다.
“용서 못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