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려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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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려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집안과 약혼자, 자신을 옭아매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희연은 생사의 기로에서 그를 살린 낯선 남자에게 붙잡히고 만다. “왜 하필 내 눈에 띄어가지고. 뒤지려면 혼자 조용히 뒤지든가!” “누가 구해 달랬어?” “너 진짜 뒤지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그렇게 희연은 저를 구한 이규를 쫓아가 그의 삶 속에 몸을 던진다. 곰팡이 슨 반지하 방, 조폭의 유흥거리로 링 위에서 싸움질을 하며 살아온 밑바닥 인생. 순진한 이규는 거칠게 희연을 밀어내면서도 차마 내치지는 못한다. “씨발. 뒤지려고 할 때 그냥 놔뒀어야 하는데.” “이미 구했으니까 어쩔 수 없어. 네가 나 새까만 바다에서 구해 준 것처럼 나도 너 끌어내 줄게.” 죽고 싶은 여자와 살고 싶은 남자. 티격태격하며 내디딘 두 사람의 동거가 서로를 구하기 시작하는데…. * “이규야. 죽지 마.” 싸우지 말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당장 그가 하는 일이 그런 것이었고, 그걸로 평생을 살았고…. 희연은 아직 그에게 평범하게 사는 걸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못했으니까. 그의 까만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이건 무슨 장난인데. 왜 떠나는 것처럼 말하는데.” 이규의 목소리가 잘게 떨려왔다. 그의 어깨가 거칠게 들썩였다. “내가 선택한 거니까 안 놓겠다며.” 변명할 말 따윈 없었다. 그렇게 말한 것도, 약속한 것도 전부 그녀였으니까. 그런 주제에 이제 와서 떠나겠다고 멋대로 말하다니. “내가 너 구해 줬잖아!” 이규가 악을 쓰듯 외쳤다.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희연은 떨리는 숨을 내뱉으며 그의 어깨를 세게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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