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 공주 예서. 너무 뛰어나고 재기가 넘쳐 모두가 차기 여왕으로 생각했건만, 예상치 않은 계비의 왕자 출산과 왕좌의 뒤에서 권력을 탐하려는 귀족들의 분탕질에 예서공주에겐 암운이 드리우고……. 공주를 지키려는 자 공주를 위협하는 자 공주를 가지려는 자 공주를 죽이려는 자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아군과 적군 속에서 과연 예서공주는 여왕이 될 수 있을까. 예서는 제 입술 위를 누르는 뜨거운 열기에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예서는 가만히 눈을 감고 무륜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뜨겁고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존재는 점령군처럼 예서의 입속을 온통 휘젓고 돌아다녔다. 예서는 오랜만에 기꺼운 복종이 얼마나 황홀할 수 있는지 깨닫고 자신도 모르게 입을 더 벌렸다. 숨이 찰 만큼 서로의 호흡을 함께 나눈 시간이 끝나자 은실 같은 타액이 두 사람의 입술 사이에 가느다랗게 걸렸다. 빈틈없이 맞닿은 두 심장이 세차고 빠르게 서로의 박동을 상대에게 전달했다. “하아……하…….” 예서는 가쁜 호흡을 몰아쉬었다. “나는 공주님을 원해.” “알고 있……다.” “안다고? 얼마나? 대체 어디까지?” 무륜의 갈라진 목소리에 담긴 자조에 예서는 두 팔로 자진해서 무륜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알아……나는 언제나 당신을 미칠 만큼 원하고 갈망하지만 공주님은 그렇지 않겠지.” “아니, 무륜. 나도 널 원해. 단지…….” “…….” 단단한 무륜의 몸이 덜덜 떨리는 게 느껴져 예서는 그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그리고 가만히 속삭이듯 말했다. “그 무엇도 내겐 전부일 수 없어. 심지어 나 자신조차도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