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친우 댁에 몸을 의탁하나 뿌리 없는 설움이 깊다.
희망 없는 나날, 담을 넘어 그녀의 방에 숨어든 그림자가 있었으니.
“나 왔다, 모련아.”
느른히 웃어 보인 그가 개처럼 그녀의 치마 속을 파고들었다.
***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그들이 칭송하는 한유백이 얼마나 집요하고, 음란한 인간인지.
“새 붓을 선물 받았으니 제대로 써 봐야지.”
흉흉한 양물을 세운 채, 유백은 자신이 싸질러 놓은 씨물에 붓을 푹 담갔다.
벌거벗은 모련의 가슴 위로 젖은 붓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읏. 하, 하지…….”
곧 그녀의 젖꼭지 위에 투명한 나비가 내려앉았다.
배꼽에 뿌리를 둔 난초 잎은 음부의 틈새로 파고들었다.
미끌거리는 감촉, 느릿한 자극이 고통스럽고 황홀하다.
探花蝶半夜行 나비가 꽃을 탐하여 한밤에 찾아오니
蝶來時花開 나비 올 때 꽃은 피는구나
음탕한 글귀까지 새긴 그가 흡족하게 웃으며 붓을 내렸다.
“시서를 마쳤으니 마실 술만 있으면 되겠습니다.”
다시 그녀의 음부를 잡아 벌린 그가 게걸스럽게 핥기 시작했다.
홍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