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길 원해서.”
“……제가 왜 죽지 않길 원하시는데요?”
“내가 너를 원하니까.”
첫 번째 삶에서 나를 죽인 건 루페르트였다. 이번 생에서 나를 죽이려 든 건 나였고, 그런 나를 살린 건 그였다. 가문에 등 돌릴 수도, 그의 등에 칼을 꽂을 수도 없다. 그의 것이라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다면, 그와의 연을 끊어야 한다. 칼날처럼 잔인한 말이 그를 향한다.
“부디 저를 사랑하지 마세요.”
“사랑하지 않아.”
“원하는 걸 말씀하라 하셨죠?”
“그래.”
“죽지 않을게요. 다만 폐하를 보고 싶지 않아요. 평생, 폐하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요. 연을 맺고 싶지 않아요. 꿈에도 나오지 마세요.”
에클레어
쓰고 싶은 글을(만)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