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일어났으면 얼른 내 침대에서 내려오시지?” 지혜는 총알보다 빨리 침대에서 내려오고 말았다. “저…… 전, 조, 조난을 당했는데요.” “1킬로미터만 더 내려가면 매표소가 나오는데 왜 여기서 조난을 당하지?” 악! 이럴 수가! 이럴 땐 얼렁뚱땅 도망치는 게 상책이다. “어딜 간다는 거야? 가려면 진작에 나갔어야지, 지금은 폭설이 내려 아무 데도 갈 수가 없어.” “그럼 어떻게 해요? 나, 나가야 하나요? 지금?” “눈이 그치고 녹으려면 앞으로 며칠은 더 있어야 하니까, 여기 머물고 싶으면 머물도록 해. 단, 공짜는 아니야.” “저, 돈 별로 없는데요.” “돈이 없으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든지.” 시키는 대로! 나이는 가늠할 수 없으나 혼자 사는 사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단 하나일 것이다. 엉큼한 놈! 눈앞이 캄캄하다. 얼어 죽느냐, 아니면 저 산적 같은 사내에게 그렇게 아끼고 아끼던 순결을 바쳐야 하느냐. 하지만 죽고 싶지는 않다. 더구나 얼어 죽는 것은 더더욱 바라지 않는 일이다. “지금 해야 하나요?” “당장.” 그의 말에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여기 와서 감자 깎아.” 전혜진의 로맨스 장편 소설 『푸른 수염과 사랑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