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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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 제목은 ≪노붐 오르가눔(Novum Organum)≫이다. 그러니 ‘오르가눔’이라는 책이 이미 있었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신이 주창한 논리와 추론 방법에 대하여 저술한 책의 제목이 ≪오르가논≫이다. 우리가 새로움이라는 말을 쓸 때는 그 전의 상태를 지양하면서 앞서 나간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베이컨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방법론을 넘어서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 그런 의미의 ‘새로운 오르가논’이다. 자연과학에서 ‘기관’은 가령 간이나 쓸개와 같이 좁은 의미로 사용되지만 여기서는 (철학적 혹은 과학적) ‘방법론’으로 읽힌다. 그러므로 ‘노붐 오르가눔’은 ‘과학의 새로운 방법론’ 정도로 읽으면 무방할 것이다.

베이컨은 매우 ‘창의적’인 실험들을 제안한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돋보기를 가지고 태양빛을 모으는 것을 지금도 많이들 하고 있겠지만 그와 같은 실험을 달빛을 가지고도 해 보아야 한다는 식이다. 이런 모든 내용들은, 두 권으로 나뉜 ≪신기관≫의 2권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좀 더 철학적 내용이 담긴 1권보다 2권을 먼저 읽는 것이 더 나을 지도 모른다. 베이컨은 빛의 실험 혹은 광명의 실험이라는 것에 비중을 더 둔다. 그에 상반되는 개념은 소위 결실의 실험이고 실리적인 실험이다. 후자가 인류의 실생활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면 전자인 빛의 실험은 자연의 작동 원리를 파악하는 데 우리가 좀 더 힘을 기울여야 함을 강조한다. 이런 작동 원리가 파악된다면 자연의 지배를 좀 더 확고하게 할 수 있고 그로부터 인류의 광명과 복지가 찾아오리라는 것이다. 현재 과학계를 보고 있으면, 미국을 중심으로 온 세계가 결실의 실험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아서 가슴 아플 때가 있다. 베이컨이 살아나서 현 상황을 보았다면 장탄식할 일이다.


베이컨의 ≪신기관≫을 ‘자연과학 방법론’으로 읽으면 소위 (인간의 정신을 좀먹고 있는 몇 가지) 우상(idol)은 인간이 자연을 효과적으로 지배하는 데 방해가 되는 정신적인 나약함으로 치환이 된다. 사실 근대 과학이 확립되고 난 뒤 유럽을 중심으로 산업화가 본격화하고 나침반과 항해술의 등장으로 진정한 의미의 제국주의가 시작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자연을 좀 더 효과적으로 지배한다는 것이 함축하는 의미는,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가 세계적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을 포함하지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자원의 불균등한 분배다. 현재를 사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 한정된 자원을 매우 짧은 시간동안 거의 화수분인양 여겨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소모해 왔다는 것이 이 기계론적 세계관의 원치 않은 결과물일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까닭 중 상당 부분은 베이컨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는 많은 정보를 물려주겠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에너지로 사용할 자원은 거의 물려주지 못할 상황에 우리 후손들을 밀어 넣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의 위상을 재정립할 새로운 세계관이 절실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베이컨이 주는 울림은 크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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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프랜시스 베이컨은 영국의 철학자, 정치인이다. 영국 경험론의 선구자이며. 또 프랑스의 데카르트와 함께 근대 철학의 개척자로 알려졌다. 기존의 스콜라적 편견인 ‘우상(idol)’을 인간의 정신세계와 학계에서 배제하고 새로운 자연 과학과 기술의 진보에 어울리는 방법론을 제창했다. 그것은 경험과 실험에 기초한 귀납법적 연구 방법이었다. 그는 세계와 자연의 법칙을 정당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감각에 충실한 관찰을 중히 여기는 경험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베이컨은 사물의 근저를 철저히 파헤쳐 최종적으로 그 근본 원리를 찾아내는 방법, 곧 귀납법이 가장 올바른 학문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철학은 인간의 보편적 행복을 위해서만 이용되어야 한다고 했던 베이컨은 과학의 모든 부분, 특히 자연 과학 연구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저서는 ≪수상록≫, ≪학문의 진보≫, ≪신기관≫, ≪신아틀란티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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