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셋, 스물일곱 내게 기적이 일어났다. “두 살 연하 모델이라는데 거절하기도 뭐하고 네가 나가서 대충 놀다 와.” “스물일곱 예능프로그램 PD래요. 형이 가서 대충 밥 한 끼 사주고 와요.” 예원은 방송국 PD로 있는 친구의 부탁으로 대신 나간 소개팅 자리에서 비쩍 마른 모델 대신 나온 사진작가 우빈을 만난다. 모든 프레임을 계산하고, 계획하며 살아가는 우빈. 전 세계를 누비며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예원. 반복되는 우연은 서로 다른 두 남녀를 자석처럼 끌어당긴다. “그거야 모르죠. 우연이 필연 되고, 필연이 운명되면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니까.” “여기는 2층이야. 당신과 나 사이의 딱 중간지점. 출구는 아래쪽, 입구는 위쪽.” 계단에 앉은 우빈이 그의 다리 사이에 선 예원을 올려다봤다. “너를 내 공간에 들인 것은 지극히 충동적인 행동이었어.” 우빈은 그녀의 손가락 하나하나를 자잘하게 핥으며 깨물었다. “사실 첫 만남 이후, 널 까맣게 잊었어. 늘 그렇듯 일에 묻혀 지냈고,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소화하느라 또 다시 몸을 혹사 시키고 있었지.” 달콤하고 촉촉하며 산뜻한 그녀의 향기가 그의 혀끝을 달군다. “하지만, 모든 프레임을 계산하고, 계획하며 살아가는 내게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어.” 다른 곳은 어떤 맛과 향기를 가지고 있을 지 조급증이 일었다. “그 특별함이 만족스러웠나요?” “아니. 난. 다른 걸 원해.” “아……. 후식.” 잘생긴 얼굴로 웃음 짓는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벗어나고 싶지 않은 아름다운 덫이다. 정형화 된 아름다움에 둘러 싸여 살아가던 우빈에게 색다른 사랑이 찾아든다. 지독한 사랑을 보고 자란 예원에게 피할 수 없는 덫과 같은 사랑이 찾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