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해인 주임님? 불현 듯 나타난 상상연애 속의 그 남자. 상상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는 남자가 거침없이 다가온다. 해인은 태이가 욕실로 들어가자 손으로 뺨을 감쌌다. 미열이 오른 듯 볼이 뜨거웠다. 그냥 상상이라고 생각하자. 이건 상상이다. 자기 최면을 건 그녀는 침대에서 벗어났다. 거울을 찾았다. 화장대 앞에 서서 거울에 비친 그녀의 모습을 본 해인은 와락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늘 창백했던 피부에는 혈색이 돌았다. 게슴츠레 몽롱하게 잠긴 눈, 흐릿한 동공, 살짝 벌어진 입술, 들뜬 얼굴. 남자를 유혹하면서 잠자리를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상상에서는 그저 태이가 벗은 몸을 만진다는 부끄러움이 더 컸다. 고작 그게 다일 줄 알았는데, 실제는 정말 달랐다. 온몸이 예민해졌다. 그의 손, 숨결, 닿는 피부, 몸, 모든 것에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을 느꼈다. 상상보다 더 매혹적인 연애에 빠진 여자. 상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사랑이 깨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