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하는 세계에서 고요하게 살아남는 사랑
재앙과 죽음을 잊게 만드는 단 한 번의 키스가 있었다
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위협해 정부도 국경도 무너진 대혼란의 시기. 바이러스에 정복당한 땅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안전한 곳을 찾아 떠난다. 살아남기 위한 욕망이 또다시 죽음을 부르는 폭력과 살상의 길 위에서 별자리처럼 이어지는 이들이 있다. 일가친척과 함께 탑차를 타고 세계를 떠돌던 지나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동생 미소를 지키며 맨몸으로 러시아를 걸어 온 도리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만난다. 남편 단, 아들 해민과 피난을 떠나 온 류는 길 위에서 도리와 미소 자매를 만난 뒤 바이러스로 잃은 딸을, 가난에 쫓겨 소중한 것에 소홀했던 지난날을 떠올린다. 커다란 상실 이후, 이들의 마음에는 단단하고도 빛나는 결심이 새겨진다. 미루는 삶은 끝났다.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 결심을 지닌 채 그들은 다시 걷는다. 여름을 찾아서, 해가 지는 곳으로. 가난한 과거와 메마른 현재를 지나 사랑, 그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살아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