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의 소설에는 음식에 대한 묘사도 적지 않다. 아무래도 동시대 보통의 일상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삶에 현미경을 갖다댄 듯 정밀하고 섬세한 관찰과 묘사가 많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소설 속에서 음식은 아주 중요한 문학적 장치이자 시대상의 반영이었다. 박완서의 소설 속 장면과 호원숙의 유년 시절은 자유롭게 넘나들고, 분명 소설 속 대사지만 그건 실제로 할머니가 하셨던 말씀이기도 했다.
그 덕에 우리는 박완서 문학, 그 이면의 생생한 이야기를 귀하게 듣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세상 그 누구가 박완서의 소설을 이토록 생생하게 증언하듯 풀어낼 수 있을까. 오직 딸이기에 가능한 ‘박완서 문학’의 코멘터리다. 그 어떤 문학평론가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목차]
프롤로그 엄마의 부엌, 그 기억
살구나무 아래서
할머니, 뭇국에 밥 말아줘
나박김치를 만들다가
만두 타령
오븐 앞에서 1
오븐 앞에서 2
외할머니의 느낌
민어와의 사투
산 자를 위한 음식
거의 완벽에 가까운, 멘보샤
전염병 시대의 밥상
나를 위로하는 부드러운 음식
준치, 깨끗하고 감미로웠던
봄비 오는 날의 비빔국수
아차산 기슭의 이웃
대변항 그 횟집
경주의 황혼
남은 음식에 대하여
어찌 대구 맛을 알겠는가
느티떡에서 칼바도스까지
기억으로 기억하는
추천의 글 사랑하는 작가의 식탁에 · 정세랑
호원숙
1954년 서울에서 호영진 박완서의 맏딸로 태어났다. 경기여중고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뿌리깊은 나무》 편집기자로 일했고, 1992년 박완서 문학앨범에 일대기 「행복한 예술가의 초상」을 썼다. 2011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치울에 머물며 『박완서 소설 전집』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등을 출간하는 데 관여했으며, 박완서 대담집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 『박완서의 말』을 엮었다.
그 밖에 쓴 책으로 『큰 나무 사이로 걸어가니 내 키가 커졌다』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그리운 곳이 생겼다』와 동화 『나는 튤립이에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