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소설의 창시자이자 탐정 소설을 문학의 반열에 올린 대실 해밋 최고의 걸작 『몰타의 매』는 1928년 10월의 어느 엿새 동안(정확히 말하면 10월 5일에서 10일)을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짧은 시간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시종일관 긴박하다. 또한 이 작품은 거의 완벽하다고 할 만큼 감정 표현을 배제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표현되는 것은 겉모습과 행동과 발언뿐이다. 해밋의 작품이 영화화가 잘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작품이 사람의 내적인 생각과 감정을 설명하기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을 묘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드러나는 것을 통해 볼 때, 독자는 등장인물 가운데 누구를 믿고 무엇을 믿어야 할지 종잡기가 매우 어렵다. 주인공 새뮤얼 스페이드조차 많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독자는 주인공의 의도가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없고, 그의 정직성도 도덕성도 의심스럽다. 몰타의 매와 관련해서 물고 물린 사람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시종일관 거짓말에 거짓말을 거듭한다. 특히 브리지드 오쇼네시의 거짓말은 가히 현란할 지경이다. 또 의도는 선량하거나 순진했다고 해도 그와 무관하게 진실을 호도하는 에피 페린이나 아이바 아처 같은 사람들도 있다. 1920년대에 시대를 배경으로 세상과 정서적 유대를 잃은 인물이 오직 자신의 본능에 의지해서 가치를 탐색하는 이른바 들이 태어났다. 대실 해밋은 하드보일드 소설의 대가 중 한 명인 헤밍웨이와 동시대인으로, 『몰타의 매』는 『무기여 잘 있거라』와 같은 해에 발표되었다. 대실 해밋은 하드보일드 소설 가운데서도 특히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의 창시자이자 최고봉으로 평가된다. 사실적이면서도 개성 넘치는 인물들, 현실감이 물씬 풍기는 대화, 탄탄하게 구성된 플롯, 정밀한 묘사, 이런 것들은 좋은 탐정 소설뿐 아니라 모든 좋은 소설을 구성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게다가 해밋의 작품은 를 찾는 이상의, 철학적이고 실존적인 문제를 깊이 끌어안고 있고 그것은 한 시대의 초상으로도 읽힐 만한 입체감과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는 탐정 소설의 장르를 뛰어넘어서 이루어진다. 그는 당대에 이미 탐정 소설을 문학의 반열에 올린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