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가 된 그녀의 집에 식구라곤 앞 못 보는 여종과 덩치가 태산만 한 남종 장운이뿐이다.
농사를 지으려면 장운이 놈이 필요한데, 이 몹쓸 놈은 호시탐탐 도망만 가려 든다.
장운이가 홀로 남은 자신을 덮칠까 무섭고, 한편으론 그가 도망갈까 무섭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님 여은과 수상한 과거를 가진 노비 장운의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그러면 마님이 성의를 보이시오.”
“뭐라?”
“못 알아들었소? 내가 도망가지 않게 성의를 보이시란 말이오. 아무것도 안 쥐여 주고 나더러 소처럼 일만 하라 할 속셈이요?”
이미 노비와 주인의 처지가 바뀌었다. 노비가 가당치도 않게 주인을 협박하고 있었지만, 이미 그에 휘말린 여은은 거절할 생각도 못 한 채 우물거렸다.
“내, 내가 어찌해야 하니? 밥에다 산삼이라도 갈아 넣을까?”
“어이구, 이 답답한 양반아. 사내가 어찌 밥만으로 사오. 주둥이에 밥 말고 다른 것도 넣어 줘야 할 거 아니오.”
“뭐, 뭘? 대체 뭘 줘야 족할 것이냐?”
그러자 장운이 그녀의 턱 끝을 움켜쥐며 말했다.
“이를테면 이런 거 말이오.”
그와 함께 장운이 입술을 내렸다.
티격태격 싸우다 정들어버린 두 사람.
그리고 여은의 비밀과 장운의 과거가 드러나는데…….
‘철이 든 건지, 안 든 건지. 이놈의 마님을 대체 어찌할꼬.’
답답한 속내도 모르고 오늘도 달은 휘영청 차오르느니, 안타깝고 애달픈 사랑은 그 달 아래 무르익어 간다.
정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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