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영화뿐만 아니라 저자로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감독이다. 특히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을 통해 세상을 영화에 담는다는 문제, 그 과정에서 찾아낸 자기만의 철학과 윤리를 솔직담백하게 풀어내 그의 영화를 아끼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는 창작자로서 세상과 사람을 잇기 위해 부단히 고민하고 실천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다짐과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그는 영화감독으로서 자신의 의무는 세상에 다양한 ‘작은 이야기’를 내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30년 가까이 영화를 만들면서 어떤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영화를 찍으려 했는지, 그 생각의 궤적과 진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질문하며 영화라는 공동체의 미래를 그려가는 성실한 창작자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만날 수 있다. 거대한 이야기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존재를 ‘가시화’하려는 고레에다 감독의 담담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영화감독이자 텔레비전 연출가. 1962년 도쿄에서 태어났고, 와세다 대학교 제1문학부 문예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제작사 티브이맨 유니언TVMAN UNION에 입사하여 연출 일을 시작했다. 1995년 〈환상의 빛〉으로 감독 데뷔하기 전까지 교육, 복지, 재일 한국인 등 다양한 사회적 제재를 바탕으로 비판적 시각이 돋보이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환상의 빛〉은 1992년 당시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소속해 있던 제작사 프로듀서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처음 기획 단계에서는 텔레비전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었으나,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시나리오 초고를 읽은 후 “빛과 그늘 묘사에 대한 고집”이 생겨 영화로 찍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아직 영화를 찍어 보지 않은 연출가, 아직 주연을 맡아 본 적 없는 신인 배우가 만나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데뷔작”이라 평가받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 후 영화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오가며 활동했다. 〈환상의 빛〉을 비롯한 〈원더풀 라이프〉 〈디스턴스〉 〈아무도 모른다〉 등에서 ‘죽은 자’와 ‘남겨진 자’를 그리며 상실과 슬픔의 치유 과정을 특유의 시각으로 보여주었다. 〈걸어도 걸어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는 어릴 때부터 체내에 각인된 홈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자기만의 기준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 밖에도 원수를 갚지 않는 무사의 이야기 〈하나〉, 인형의 눈으로 삶의 공허를 담아낸 〈공기인형〉을 찍었다. 2017년 홈드라마의 틀을 벗어나 법정 드라마 〈세 번째 살인〉을 발표했고, 이듬해인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2019년에는 프랑스에서 카트린 드뇌브, 쥘리에트 비노슈, 이선 호크와 함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찍었다.
영화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연출 외에 자신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소설 《원더풀 라이프》 《걸어도 걸어도》 《태풍이 지나가고》 《어느 가족》을 썼고, 에세이집 《걷는 듯 천천히》, 영화자서전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을 썼다. 2014년에는 티브이맨 유니언으로부터 독립하여 ‘복을 나누다’라는 뜻을 가진 제작자 집단 ‘분부쿠分福’를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