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품다

· 더 로맨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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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처, 기억하지?” “내게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말해 봐요.” “이 상처가 깔끔하게 없어질 때까지 내 여자 해.” 그녀로 인해 얼굴에 큰 상처를 갖게 된 이강이 4년 만에 그녀앞에 나타났다. 태인의 처지로는 언감생심 넘볼 수 없는 남자 이강. “어차피 내 여자 할 거면 서로가 싫증이 날 때까지 같이 살아 보는 건 어때?” 그의 아찔한 제안은 감춰두었던 그녀의 마음을 흔들고,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넌 내 인생의 의미가 돼 버렸어.” “그건 선배만의 감정이에요.” 언제나 그녀의 주위를 맴돌며 태인의 가족이 되어 주었던 효준의 고백은 태인을 더욱 힘들게 한다. 응할 수 없는 마음과 감히 넘볼 수 없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태인. 그녀의 선택을 받는 남자는 누구일지……. [본문 내용 중에서] “저와 불장난이라도 하겠다는 건가요?” 태인은 욱하고 치미는 감정을 가까스로 억눌렀다. 태연하게 들리기를 바라면서 자신이 짐작하는 그 의미인가 싶어 물었다. “불장난? 나쁘지 않군.” 강이 느긋한 동작으로 일어나 그녀 옆에 와 앉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턱을 살포시 잡아 끌어당겼다. 콩닥콩닥. 눈치 없이 심장이 거세게 뛰어 댔다. “그게 불장난이든 뭐가 됐든 당신은 내가 싫증을 진저리나게 내기 전까지는 어떤 남자도 만나선 안 돼. 그때까지 당신은 내 보상이니까. 알아들었나?” “내가 도망가면요?” “도망가 봐. 잡힌 후에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강의 얼굴이 점점 다가왔다. 화가 난 듯 일그러진 표정이 섬뜩하리만치 무서웠다. 태인은 피하지 않았다. 아니, 피할 수가 없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서 새빨간 불꽃이 파팟, 일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놔주세요.” “왜 겁나나?” “제가 원하지 않는데 사장님이 강제로 하시게 되면 성폭행이 된다는 것쯤은 알고 계시겠죠?” 태인은 또박또박 따지고 들었다. “설마 내가 입이라도 맞출 거라고 착각한 건가?” “…….” 강의 입술이 딱 붙을 만큼 바짝 다가섰다. 태인은 휘둥그레 커진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그런 상태로 몇 초가 흘렀다. 서로가 내쉬는 숨결이 서로의 살갗을 간질였다. 뜨거웠다. 입술에 달라붙는 숨결이 끈적끈적했다. “이런, 실망스러워서 어쩌지? ……당신이 나를 원할 때까지 난 그 어떤 시도도 안 할 거야. 당신 몸이 달아서 내 앞에 무릎 꿇을 때까지 난 기다릴 거야. 잊지 마.” “…….” 태인은 그의 위협적인 말에 대꾸할 수 없었다. 반박할 수도 없었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영겁의 시간이 흐른 만큼 짧은 몇 초가 길게 느껴졌다. 그걸 인지하는데 그의 입술이 차츰 멀어져 갔다. 아쉬움이 느닷없이 가슴 밑바닥에서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하아, 하아.” 태인은 입을 작게 벌리고 숨을 몰아쉬었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자신이 숨을 참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유혹적이라는 걸 그녀는 알지 못했다. 검은 눈동자가 주시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About the author

안미영 삶의 원동력은 사랑이다라고 믿으며 글 쓰는 사람. * 출간작 [은밀한 왈츠] [쉬즈 마인] [냉정하고도 촉촉한] [사랑아 내 사랑아] [당신을 위한 연가] [소문난 선물] [나쁜 남자가 사랑하는 법] [그래도 사랑한다면] [눈물의 웨딩드레스] [그대는 플라워] [끝없는 사랑] [블루 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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