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친한 친구라고 믿었던 친구에게 남자 친구를 빼앗겼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더는 빼앗기지 않아.” 라윤은 생각했다. 도해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그것은 바로 도해의 절대적인 오빠, 백도강이었다. 몬도 전자의 CEO 백도강. “당신은 당신 동생을 탓해야 할 거야.” 그러나 결국 라윤은 도해에게 그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하는데, 그를 빼앗기지 않고 지킬 수 있을까? “그때보다 더 강렬하군, 미치도록.”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들어가 싫증이 날 때까지 탐하고 싶었다. 욕망에 휘둘리고 싶었다. 그녀 안에 그를 묻고서. 도강은 다시 입을 가져갔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이 조금 더 빨랐다. “거부할 권리 없을 텐데.” “알아요.” “알면서 나를 거부하는 이유는?” “적절하지 않은 장소, 적절하지 않은 때이니까요.” “아하. ……그런 것쯤은 나한테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걸 잘 알 텐데.” “그렇죠. 당신에게는 상관이 없는 거겠죠. 하지만 내게는 상관이 있어요.” “왜 상관이 있다는 거지?” “엄마가 있는 병원이니까.” “좋아.” 도강은 손을 내렸다. 잡은 그녀의 손목도 놓았다. 그 즉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가까이 있다가는 손이 어떤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의 인내심은 나중에 더한 쾌감을 안겨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 도강은 자신에게 당부하듯 말했다. 이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지금의 아쉬움이 덜 허탈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단한 자만심이군요.” “도발하는 건가?” “이게 무슨 도발이라고……. 아앗!” 도강은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안아 끌어당겼다. 이상하리만치 그녀에게만 반응하는 몸. 몸의 중심을 가까스로 누그러뜨렸는데 다시금 일으켜 세우다니. 그는 아랫도리를 그녀에게로 밀착시켰다. “책임져.” “뭘 책임져요?” “알면서도 시치미를 떼시겠다?” 허리를 옥죄어 오는 힘에 라윤은 상체를 약간 뒤로 젖혔다. 순간 단단한 팔의 근육이 느껴졌다. 몸이 이상했다. 간질간질하면서도 찌릿찌릿한 게 마치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또한 아랫배를 짓누르는 감각에 머릿속이 멍했다. “아, 니에요.” 라윤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잦아들었다. 자신이 느끼는 감각과 반응에 몰입한 나머지 그녀는 무슨 말을 했는지도 인지하지 못했다. “정말 모른다는 건가?” “…….” 도강의 눈꼬리가 가늘어졌다. 그녀를 빤히 주시하는 눈빛에 의아함이 담겨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천천히 팔을 풀었다. “속아 주지. 앞으로 많은 시간들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