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짐: 열린책들 세계문학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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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하는 배와 승객을 버리고 도망친 한 선원의

파멸과 방황, 모험을 그린 걸작

조지프 콘래드의 대표 장편소설


★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20세기 영문 소설 100선〉

★ 르몽드 선정 〈20세기 최고의 책〉


조지프 콘래드의 장편소설 『로드 짐』이 최용준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266번째 책이다.

폴란드 출신의 영국 작가 조지프 콘래드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소설을 써 대가의 반열에 오른 영국 문학의 거장으로,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 소설로 유명한 『어둠의 핵심』 등의 강렬한 작품들을 발표하며 문학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겼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발표된 그의 소설들은 특히 능숙하면서도 혁신적인 서술 기법으로 제임스 조이스와 버지니아 울프로 이어지는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적인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된다. 영국 평론가 프랭크 레이먼드 리비스는 조지프 콘래드를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헨리 제임스와 더불어 〈네 명의 위대한 영국 소설가〉 중 하나로 손꼽기도 했다.


영화 「로드 짐」(1965)의 한 장면

『로드 짐』(1900)은 콘래드의 가장 유명한 대표작 중 하나로, 침몰하는 배에서 승객들을 두고 도망친 젊은 항해사 짐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다. 여러 화자의 입을 통해 짐과 그 조난 사건의 수수께끼를 파헤쳐 가는 한편, 그 사건 이후 씻어 낼 수 없는 치욕을 안고 살아가는 짐의 파멸과 방황, 모험의 서사를 강렬하게 그려 낸다. 실제 선원으로 일했던 콘래드의 생생한 경험이 녹아든 이 작품은, 짐이라는 한 청년의 파란만장한 삶과 고뇌를 통해 인간의 책임과 윤리, 문명 사이의 이해와 갈등을 첨예하게 펼쳐 보인다. 20세기 영국 문학의 기념비가 된 선구적인 걸작이자 해양 문학의 정수로 평가되는 작품으로, 1965년 리처드 브룩스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야기는 수수께끼에 싸인 짐의 과거를 차근차근 더듬어 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어릴 적부터 모험을 동경하여 선원이 되기를 꿈꿔 온 짐은 젊은 나이에 실력을 인정받는 항해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탄 증기선 파트나호가 동남아 지역의 바다 한복판에서 조난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침몰 위기에 처한 배 안에서 짐을 비롯한 간부 선원들은 승객들을 외면한 채 구명정으로 탈출해 버린다. 그러나 그 후 결국 그 배는 기적적으로 침몰하지 않았음이 밝혀지고, 그날의 사건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선장을 비롯한 간부 선원들이 발 빠르게 자취를 감춘 가운데, 도망치지 않고 홀로 남은 짐은 재판정에 서서 그날의 일에 대한 증언을 한다. 사회적 비난과 법적 처벌을 받고 선원 자격을 박탈당한 그는, 이후 동남아 곳곳을 방황하다 오지의 어느 원주민 마을에 정착하게 되는데…….

이 작품은 짐의 파멸을 불러온 그 비극적인 조난 사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후 그가 자신의 과거를 알지 못하는 원주민들 사이에 정착해 살며 겪는 모험 이야기를 다룬 두 부분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또 처음엔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이야기가 서술되다가, 그다음 말로라는 1인칭 화자가 그 이야기를 지인들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말로의 이야기 안에 다른 화자들이 등장해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는 다층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그 다층적 구조 안에서 짐의 캐릭터를 쌓아 가면서 짐의 심리 상태를 다각도에서 파헤쳐 나가기에, 짐에 대해 확정적으로 말하기보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하며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극시킨다. 또한 특유의 섬세한 통찰과 서정성이 묻어나는 풍성한 묘사, 치밀하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야성적인 바다에서, 그리고 서구 문명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벌어지는 모험담을 흥미롭게 꾸며 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재미있는 모험담 안에서 우리는 《무엇이 인간을 살아 있게 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들을 만난다. 자부심이 인생의 전부이자 최고인 뱃사람들이 자기가 살겠다고 승객을 저버린다면, 그는 이제 산 자인가 죽은 자인가. 그러한 수치스러운 사건이 발생한다면, 그 사건은 공동체에 또 개인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그리고 당사자는 어떻게 본인을 회복할 것인가. 이 책은 선원인 짐이 승객들이 가득한 배를 버리고 도망친 뒤 몰락하는 과정, 그리고 머나먼 이국땅에서 명예를 되찾는 과정, 이처럼 크게 두 부분의 이야기를 통해 그 질문들을 계속해서 독자에게 던진다.>(「역자 해설」에서)

이 작품의 핵심이자 짐의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사건인 파트나호 이야기는 1880년 7월 약 1천여 명의 무슬림을 태우고 가던 제다호의 영국인 선장과 선원들이 악천후 속에서 승객과 배를 버리고 도망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또한 콘래드 자신이 동남아시아 군도를 오가는 증기선의 선원으로 일했던 경험이 소설 곳곳에 흠뻑 녹아들어 있다. 콘래드는 실제로 오랜 세월 선원으로 일하면서 소설을 썼으며, 수습 선원에서부터 선장 직에 오르기까지 20여 년에 걸쳐 온 세상을 항해하며 바다 생활을 했다.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했을 때는 언론사의 요구로 두 편의 기고문을 쓰기도 했다. <배로 세상을, 소설로 인간을 탐험한 작가>인 그의 소설에는 그만큼 잔뼈 굵은 바다 생활의 생생한 모험담과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성에 대한 통찰이 풍부하게 담겨 있으며, 그중에서도 『로드 짐』은 특히 그 백미라 할 수 있다. <모험 소설>, <해양 소설> 등의 범주를 넘어 문명의 한계선 바깥에서 드러난 인간의 심연을 보여 주는 그의 작품들은 지금도 그를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하나로 추앙받게 한다.

이 책을 옮긴 최용준 번역가는 번역하기 매우 까다로운 콘래드의 문장들을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잘 읽히는 우리말로 섬세하게 옮겨 냈다. 분권되지 않고 한 권으로 출간되어, 독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번역 원본으로는 펭귄클래식의 2007년 판본을 사용했다.

Հեղինակի մասին

영국 문학의 거장 조지프 콘래드는 본래 영국인도 아니었고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영어를 접한 적도 없었다. 1857년 폴란드 베르디추프에서 유제프 코제니오프스키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당시 폴란드는 러시아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고, 그가 네 살 때 독립운동가였던 아버지가 체포되어 온 가족이 유배를 가야 했다. 유형 중 얻은 병으로 어머니가 곧 숨을 거두었고, 열두 살 때 아버지도 세상을 떠났다. 혼자가 된 그는 외삼촌 밑에서 자라다가 열일곱 살 때 프랑스에서 선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영어를 접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당시 폴란드인은 선원이 되려면 러시아가 발행한 허가증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는 허가를 받지 못했고, 이 때문에 프랑스 상선에서 해고되었다. 스물한 살 때 그는 러시아의 허가증이 필요 없는 영국 배에 올랐고, 8년 뒤 영국에 귀화했다. 이후 항해사로 일하는 틈틈이 영어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첫 장편소설 『알마이어르의 어리석은 행동』(1895)이 출간된 뒤, 『섬의 추방자』(1896), 『나르시서스호의 검둥이』(1897) 등을 연달아 출간했다. 콘래드는 처음부터 그의 재능을 알아본 작가 존 골즈워디나 에드워드 가넷의 격려를 받았고, 헨리 제임스, 포드 매덕스 포드 등과 친교를 맺었다. 1899년에는 그의 아프리카 경험을 총괄한 문제적 소설 『어둠의 핵심』을 발표했으며, 1900년에는 침몰하는 배에서 승객들을 두고 도망친 항해사의 일대기를 다룬 대표작 『로드 짐』을 출간했다. 

이후 󰡔노스트로모󰡕(1904), 󰡔비밀 요원󰡕(1907), 󰡔서구인의 눈으로󰡕(1911) 등 걸작 소설들을 계속 발표하며 대작가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급진 사회사상과 혁명 운동을 다루고 있는 작품 내용에도 불구하고 콘래드 자신은 정치에 무관심했다고 한다. 만년에는 그의 번역가가 될 것을 자청한 앙드레 지드와 친교를 맺었고,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했을 때는 언론사의 요구로 두 편의 기고문을 쓰기도 했다. 

콘래드는 66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모험 소설>, <해양 소설> 등의 범주를 넘어 문명의 한계선 바깥에서 드러난 인간의 심연을 보여 주는 그의 소설들은 지금도 그를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하나로 추앙받게 한다. 󰡔어둠의 핵심󰡕을 원작으로 한 영화 「지옥의 묵시록」 등 그의 작품들은 영화화될 때마다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놀랍게도 그 소설들이 세계가 당면한 가장 첨예한 주제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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