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 일 없고 가진 것도 하나 없는 불쌍한 여자 민이연. 그런 이연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게, 심지어 그녀 본인도 가끔은 잊을 정도로 고요하게 몰래 좋아하는 단 한 사람. 차서원. 소진을 대신해서 나간 선 자리에서 만난 남자는 멀리서 바라보던 때보다 훨씬 더 날카롭고 거칠었다. “내가 강소진 씨에게 흥미를 느낄 만한 게 있다고 생각합니까? 뭐, 몸이라도 던질 생각이었나.” 마치 의중을 읽는 듯 날카로운 시선이 그녀에게 쏟아졌다. 어찌나 날카롭고 차가운지 시선이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 느껴질 정도였다. 이마, 콧대, 그리고 턱에서 목을 타고 내려와 셔츠에 가려진 가슴과 골반까지……. 이연도 알았다. 지금 서원은 그녀에게 불쾌감을 주려고 했다는 걸. 하지만 그는 알까? 이연은 그가 보낸 모욕에 가까운 시선조차 가슴이 떨릴 만큼 좋았다는 걸. “……흥미가 생기세요?” 그래서였다. 또 다른 것을 넘보기 시작한 건. 오늘이 지나면 차서원이라는 남자와 다시는 마주 볼 일이 없으리라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뭐, 볼만합니다. ……제법.” 그래서 욕심이 났다. 조소가 섞인 눈빛이라는 걸 모르지 않음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