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립진 않았어?” “저는 아닙니다. 게다가 저에겐 남자 친구가 있습니다.”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두 번 다시는 볼 일 없을 거라 믿었다. 그녀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준 남자였지만, 그 남자에게 자신은 그 무엇도 아닌 존재였기에. 상처로 얼룩진 첫사랑.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그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것도 사장과 비서의 관계로. 악랄한 남자, 그럼에도 눈을 뗄 수 없는 그 남자, 한진혁. 그로 인해 또다시 흔들리는 여자, 서윤정. 그들의 재회는 운명일까, 악연일까? [본문 내용 중에서] “너는 내가 쳐다만 봐줘도 좋아 어쩔 줄 몰라 했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변했을까?” “옛날 일입니다.” 그의 손은 여전히 천천히 그녀의 몸을 타고 내려갔다.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심장이 쿵쿵, 거칠게 두방망이질 쳤다. “그래, 옛날 일. 지금은 아니란 소린가?” 산해진미를 시식하듯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천천히 느긋하게. 마치 조바심 느끼는 것은 윤정의 쪽인 걸 확실히 알려 주기라도 하듯, 조금씩 그녀를 애태웠다. 허공에 뜬 손끝이 마침내 그녀의 허리에 멈췄을 때 하마터면 비명을 내지를 뻔했다. “저, 저는…….” “자, 말해 봐. 나를 원하는지. 네가 원하지 않으면 난 너에게 손끝 하나 대지 않을 거야.” 그의 목소리가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윤정은 숨을 몰아쉬었다. 색색, 어디선가 들리는 거친 숨소리가 그녀의 정신을 흐트러트렸다. 그를 원했다. 이 순간, 하나 남은 이성의 끈마저 그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테이블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배 아래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느낌이 용솟음쳤다. 숨소리가 조금 더 거칠어졌다. 윤정은 눈을 감으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마주친 눈빛이 뜨거운 욕망을 좀 더 부추겼다. “말해.” 조금 더 강압적인 그의 말투에 심장이 거칠게 달아올랐다. 진혁의 손이 천천히 윤정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차가운 말투와 다르게 그의 손끝은 뜨거웠다. 열이 오른 뺨을 어루만지고 엄지손가락이 입술 선을 따라 그렸다. 느긋하게 입술을 매만지던 손길이 떼어지자 윤정은 슬며시 눈을 떴다. 무언가 아쉽다는 느낌이 그녀를 강타했다. 그리고 눈을 뜬 그 순간 진혁이 손이 갈고리처럼 그녀의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들며 거칠게 입을 맞췄다. “으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