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后)의 별 아래 있는 자, 하잘것없으나 제(帝)의 별 옆에 있게 되리라. 그로 말미암아 제의 별은 그 어떤 시절에도 빛날지니.] BL 소설 작가 한지호. 그는 마치 관찰자처럼 꿈속 세계를 탐방하며 이를 바탕으로 소설을 쓰곤 했다. 이번 신작의 주인공은 바로 황제공과 후궁수. 대제국 후량의 황제 강무제는 예언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남자 후궁을 맞는다. 후궁 주은형은 강무제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강무제는 그를 냉대하고 다른 여인을 황후로 맞는다는 줄거리였다. 그렇게 신작 준비에 여념이 없던 지호는 뜻하지 않게 교통사고를 당하고, 눈을 떴을 때 자신이 ‘주은형’이 되어 소설 속 세계에 들어와 있음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제 이름이 뭐죠......?” “......도련님? 왜 그러세요.” “내 이름! 안 들립니까? 내 이름이 뭔지 묻고 있잖아요!” “......주은형, 은형 도련님이시잖아요.” 피할 새도 없이 이어진 황제와의 첫 만남. 그러나 지호는 자신의 쓴 내용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 당황하고 만다. “꿈도 헛된 희망도 품지 말라. 그저 죽은 듯, 없는 듯. 네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짐이 잊을 만큼, 그리 살라.” “......살아 있는 자에게 어찌 죽은 듯, 없는 듯 살라 하십니까. 꿈도, 희망도 없으면 그자가 산목숨입니까.” 그의 표정은 무덤덤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은형에겐 어쩐지 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좋다. 그럼 어디 네가 말한 대로 사람의 삶처럼 살아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