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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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구조적 폭력에 억눌린 소외된 개인들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다양한 시도를 통해 형상화해온 소설가 정도상이 신작 장편소설 『은행나무 소년』을 선보인다. 2012년 1월부터 5월까지 창비문학블로그 ‘창문’(blog.changbi.com)에 연재되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은 열두살 소년이 강제철거와 외할머니의 치매, 힘겨운 첫사랑을 겪어내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가슴 뭉클하게 그려낸다. 열두살 소년의 눈에 담긴 세상의 아픔 주인공 만돌이는 삼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부모와 동생을 한꺼번에 잃고 포치동 천사마을에서 외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집앞에 오백년 된 은행나무가 있는 천사마을은 재개발지구로 지정되어 강제철거를 앞두고 있고, 일흔이 넘은 외할머니에게는 치매가 찾아온다. 그런 와중에 큰아버지와 외삼촌은 부모가 남긴 보험금을 둘러싸고 소송을 벌인다. 가혹하고 잔인한 운명 앞에서, 그러나 소년은 커다란 슬픔을 세상에 대한 ‘깡’으로 이겨내려 발버둥친다. 나는 억울한 일을 당해도 잘 참는다. 그게 어른이다. 아무리 아프고 억울해도 다른 사람 앞에서는 절대 울지 않는다. 대신에 언제가 되었든 반드시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고 복수를 맹세한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고 하지만, 낳으라지 뭐, 그까짓 거. 나는 다른 사람 앞에서 흘리는 눈물은 쪽팔림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 그걸 알기에 나는 오직 혼자 있을 때만 울었다. 이불을 덮어쓰고 펑펑 울면 답답하던 가슴이 조금 풀렸다.(9~10면) 그런 소년에게 어느날 첫사랑이 시작된다. 공부방에서 만난 대학생 여수경에게 한눈에 사랑에 빠진 것. 소년은 여수경이 나눠준 카메라로 주변의 사물과 풍경, 사람들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본다’는 것을 통해 거기에 깃든 이야기를 발견하는 법을 배운다. 폐허가 되어가는 동네의 풍경과 외할머니의 주름, 경찰과 용역, 그리고 망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행위는 소년에게 삶을 견디는 중요한 한가지 방법이 되는 동시에, 재개발을 둘러싸고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싸움과 그 풍경의 구체적인 모습을 생생한 묘사로 형상화해낸다. 눈이 내린다. 부서진 담장과 좁고 긴 골목에, 반쯤 무너진 폐가의 유리창과 쓰레기가 쌓인 공터에, 천사교회의 십자가와 아랫말의 망루에, 마른 낙엽처럼 바스러질 것 같은 천사시장과 밤낮으로 조명이 들어오는 대형할인마트에, 망루와 천막에서 농성하고 있는 아랫말 사람들의 눈동자와 철거용역의 헬멧과 곤봉 위에, 망루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비장한 노래와 경찰의 치직거리는 무전기 소리에, ‘여기가 우리의 무덤이다’라고 휘갈겨 쓴 아랫말 사람들의 현수막과 공사 계약을 축하하는 재개발조합의 현수막에, (…) 천사마을과 포치동을 넘어 서울의 하늘에…… 눈이 내린다.(221면) 그리고 소년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통해 세상을 알아간다. 만돌이와 친구로 지내면서 외할머니를 연모하고 정성스레 보살피는 침쟁이 할아버지, 일방적으로 소년을 좋아하며 아낌없는 사랑을 안기는 사차원 소녀 지혜, 한쪽 다리를 잃고도 따뜻한 마음과 거친 입심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콩콩이모, 마을 일에 언제나 발 벗고 나서는 천사교회 최목사님과 공부방 후원자인 하율스님 등, 소년을 둘러싼 인물들이 철거를 앞둔 천사마을에서 이루어내는 일종의 공동체가 소설에 풍성한 색채를 더하며 소년을 성장하게 한다. 패배 속에서, 그러나 소년은 자란다 그러나 소년의 삶을 죄어오는 것은 보다 큰 욕망과 폭력의 카르텔이다. 철거용역 측이 저지른 천사마을 아랫말의 방화사건 이후로 강제철거의 마수가 하루하루 다가오는 가운데, 소년의 부모가 남긴 보험금과 유산을 둘러싸고 폭력과 연계된 건설업자인 큰아버지와 팽창 일변도의 복음주의 목사인 외삼촌이 벌이는 대립은 오늘날 우리 사회를 만들어온 기형적 발전의 두 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한때 소년의 우상이었으나 철거폭력에 앞장서다 결국 철거과정에서 희생양이 되고 마는 천사마을 출신의 박정철이라는 인물의 존재는 철거용역을 둘러싼 구조적 모순을 첨예하게 드러낸다. 생존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대리적 폭력이 결국 자신에 대한 폭력으로 되돌아오게 되어 있는 아이러니가 오늘날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용역폭력의 핵심인 까닭이다. 소설은 그렇게 소년을 둘러싼 것이 단순한 선악의 대립이 아니라 작은 소망과 거대한 욕망이 빚어내는 비극임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만돌아, 재개발조합원들을 모두 악마라고 생각하진 마. 사람을 천사와 악마로 나누어버리면 그 무엇도 할 수가 없단다. 사람은 그냥 사람이지,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야. 망루에 있는 사람은 착하고 철거용역은 나쁘고, 이렇게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야. 사람의 마음은 하루에도 열두번씩 착해졌다가 나빠졌다가 한단다. 나는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천사마을에 있는 게 아니야. 뭐랄까, 거대한 욕망에 희생당하는 작고 사소한 소망들이 안쓰러워서 있는 거야. 그 작고 애절한 소망도 지켜주지 못하면서 바벨탑만 높이 쌓는 인간의 욕망이 무섭고 두려워서 있는 거지.”(182면) 하지만 소년은 자라고, 삶은 지속된다. 치매가 진행되면서 외할머니의 기억은 한사코 과거를 향해 돌아가지만, 소년의 기억은 앞으로 다가올 미지의 일들을 향해 열려 있다. 목숨을 건 철거투쟁이 결국 실패로 끝나고 가족의 영혼이 깃든 은행나무는 잔인하게 베어지지만, 은행나무의 싹은 작은 생명을 이어간다. 아무리 부조리하고 가혹해 보일지언정 그것이 결국 구체적인 삶의 모습이며, 그 속에 삶의 위엄이라 할 것이 있음을, 『은행나무 소년』은 때로는 잔잔하고 때로는 뜨겁게, 때로는 웃음 섞인 시선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똑같은 일을 겪어도 저마다 다른 기억, 다른 추억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지혜도 지난 새벽에 그 끔찍한 사건을 다 보았을 텐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외할머니와 눈싸움을 하며 웃고 있다. 툴툴 털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뇌의 회로가 나와는 다른 것일까? 어찌 되었든 지혜 때문에 외할머니가 웃는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다. 아무리 힘들어도 웃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 씨바, 행복해지고 말 테다.(29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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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zerzőről

시대의 그늘과 그 안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서정적이면서도 사실적인 문체로 그려온 작가다. 1960년 1월 3일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에서 출생하였고 1981년 전북대학교에 입학하였으나 군에 곧바로 입대하였고, 군대시절에 레비 스트로스와 롤랑 바르트의 저서를 탐독하였다. 1984년 복학하여 민중문화운동패 동아리 '말뚝이'를 만들었으며, 1986년 평화의 댐 건설 반대시위사건으로 구속·제적되었다. 1989년 전북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하였다. 1987년 전주교도소에서 수감중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 『십오방 이야기』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같은 해 6월항쟁으로 사면 복권되었다. 장편소설 『천만 개의 불꽃으로 타올라라』, 중편소설 『친구는 멀리 갔어도』 『여기 식민의 땅에서』 『새벽기차』, 단편소설 『그해 겨울, 먼 길』을 발표하였다. 창작집 『아메리카 드림』, 장편소설 『열아홉의 절망 끝에 부르는 하나의 노래』, 장편소설 『그대여 다시 만날 때까지』, 『그리고 내일이 있다』, 중편소설 『해뜨는 집』 등을 발표하였다. 현재 재단법인 통일맞이 늦봄문익환목사기념사업 사무처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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