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오랜 사생팬에겐 오랜 소원이 하나 있었다. “나중에 제가……, 오빠한테 시집갈게요.” 한때 월드컵 영웅이었던 축구 선수 선후는 부상으로 이탈리아 나폴리로 이적하게 되고, 그의 오랜 사생팬인 이얀이 선후의 집에 요리사로 들어오면서 스캔들이 터지게 된다. “미안하지만 난 널 고용하고 싶지 않아.” 그 말에 이얀은 쏘아보며 말을 했다. “왜요?” “이유는 간단해. 그냥 난 네가 싫어.” 그의 얼굴엔 정말 귀찮은 표정이 역력했다. 이얀은 화가 치밀었다. 아무리 귀찮은 존재라 해도 5년 만에 만났으면 반가운 척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 남자는 반가운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이얀 역시 차갑고 사무적인 목소리로 내뱉었다. “약속은 지켜주셔야죠.” “…….” 이얀이 눈을 똑바로 뜨고서 입술을 움직였다. “9년 전에 공중파 방송에 대고 약속했잖아요. 나중에 내가 요리사 되면 오빠 전속 요리사로 쓴다고.” “그건 그냥 한 번 던진 방송용 멘트야.”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 거 아세요? 오빠는 그냥 하는 말이지만 난 그 한 마디 때문에 이탈리아에 요리 유학까지 와서 요리사까지 됐잖아요. 그런데 그냥 한 번 던진 말이라고요? 어떻게 그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어요?”